<TV리뷰>KBS "하멜 표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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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어제는 오늘의 거울이자 내일을 설계하는 출발점이다.역사를 바로 세우고 제대로 알아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그런 의미에서KBS-1TV가 25일 방영한 『일요스페셜』 2부작 「중세조선의 비밀,하멜표류기」(연출 이상요)는 침전물처럼 시간속에 잊혀지고 가려진 역사의 한 시기를 제대로 발굴해낸 작품으로 평가된다.흔히들 19세기말을 역사의 큰 물줄기가 바뀐 격동의 시기로부르지만 「중세조선…」는 망국으로 귀착된 불행의 씨앗이 이미 17세기의 지혜롭지 못한 선택에서 뿌리내려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1부 「남만인을 억류하라」에서 표면적으로는 『하멜표류기』의 내용처럼 하멜일행이 겪은 13년간의 생활상을 담고 있지만 제작팀의 관심은 다른데 있었다.일견 우연하고 일회적인 「파란눈색목인들」의 표류사건을 통해 당시를 살았던 우리 조 선의 이면과 속사정을 들춰내려고 시도한 것.지혜로운 임금 효종은 하멜일행을 선진 군사기술도입에 활용하지만 조정대신들은 청나라의 내정간섭을 지나치게 의식,결국 하멜 일행은 용도 폐기되듯 전남강진으로 유배된다.
이에 반해 일본 에도(江戶)막부는 나가사키(長崎) 앞바다에 건설한 인공섬 데지마(出島)를 통해 서양문명을 받아들이되 속도를 조절하는 선택적 개방이라는 탄력성을 발휘해 근대화에 성공한다. 제작팀은 낯선 하멜일행을 대하는 조선의 태도와 일본 데지마의 예를 들어 3백년 역사의 명암과 희비교차의 아쉬움을 그려보여줬다.
주한 네덜란드 대사등이 직접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한 「중세조선…」의 제작진이 1년여동안 건져올린 역사의 「부유물」들은 오늘의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으로 살아 오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네덜란드와 조선의 직교역에 대한 일본인의 방해공작이 그려진 2부 「조선항로를 봉쇄하라」가 자못 기대된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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