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신체 과다노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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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신과에서 다루는 성도착(性倒錯)증세 가운데 「노출증」이란 것이 있다.성기나 성과 관련된 신체의 부위를 남에게 보여주는 행위로 성적 쾌감을 얻는 증세다.간혹 여성인 경우도 있고 보여주고자 하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 부분의 환자는 남성이며 그 대상도 여성에 국한된다.어떤 경우거나 노출증환자의 공통점은 일상적인 성행위를 기피하고 오직 남에게 보여주는행위만으로 쾌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노출증과 대칭을 이루는 성도착 증세가 관음증(觀淫症)혹은 절시증(竊視症)이다.영어로는 「피핑 톰(Peepping Tom)」이라 한다.그 유래가 재미있다.11세기께의 잉글랜드 사람들은강압적이며 턱없이 많은 세금에 시달렸다.이런 상 황을 개선해주기 위해 그곳 영주부인 고디바가 알몸으로 말을 탄 채 코번트리시의 대로를 질주했다.요즘 말로 하면 알몸시위였던 셈이다.모든시민이 그 귀부인의 요청에 따라 철시했는데 양복재단사 톰만이 문틈으로 그 모습을 내다보게 된 것 이 「피핑 톰」의 유래라는것이다. 그 유래가 옳다면 톰이라는 사람에게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나체의 여인이 거리를 질주할 경우 그 광경을 보지 않으려 외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반면 관음증환자는 보이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고 감춰진 것조차 기 를 쓰고 보려 한다.그래서 관음증환자에게 허점을 드러내 훔쳐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큰 문제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데 프로이트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노출증적충동과 관음증적 충동을 갖는다고 한다.대개는 성장과정에서 정신내부로 숨어들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성적 가해자가 돼 다수의 피해자를 만들어낸다는 논리다.여성의 노출은 물 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욕망의 한 표현이랄 수 있지만 그것이 관음증환자나 잠재해 있는 관음증을 부추기는 결과로 나타난다면 그리 단순치 않다. 과다노출을 단속.처벌한다는 경찰의 방침은 그 「과다」여부를 어떤 측정기준에 의해 판단하느냐가 문제다.무릎과 미니스커트 자락과의 거리를 자로 재는 따위의 지난 시대 방식은 오히려웃음거리가 될게 뻔하다.그보다는 관음증환자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는 여성들 자신의 자각이 더욱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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