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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노출'과의 전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국은 옷차림새의 유행에 있어서도 몬순지대에 속한다.전국이 거의 일제히 단일한 유행의 태풍에 휩싸이고 그 피해도 상당하다.다른나라에선 서로 아이디어를 달리하거나 표현방법이 상반(相反)하는 여러가지 차림새 물결이 공존하는 것이 보통 이다.또 전혀 유행을 외면하면서 철저히 자신만의 「의상철학」에 충실한 개성적인 고집파들도 많다.
그래서 패션쇼 현장을 떠난 길거리에선 예삿눈엔 무엇이 지금의유행인지 오랫동안 발견조차 되지 않고 지나간다.특히 대학생들 사이엔 단기간의 유행이라는 것이 침투하지 못한다.이것이야말로 지성(知性)의 좀 괜찮은 오만(傲慢)일 것이다.
올림픽동안의 애틀랜타 거리와 경기장에는 한국의 젊은 관광객.
올림픽 자원봉사자.선교활동 그룹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그들은 곧바로 한국인임이 식별됐는데 남녀를 불문하고 복장이 제복처럼 하나같다는 점 때문이었다.특히 젊은 여성의 복장 은 사타구니 부분이 바짝 붙게 만든 짧은 바지로 통일되다시피 했다.올 여름애틀랜타 거리에서 이런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은 한국의 젊은 여성 말고는 거의 볼 수 없었다.
단일한 패션을 대규모 집단적으로 추종한다는 것은 반(反)지성적인 「골 비었음」의 전형이다.단일한 유행에의 의식없는 집단적적극 참여야말로 우리나라 젊은 지성의 문제점을 여지없이 드러내준다. 경찰이 개별 과다노출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하는 것은 그것이 형법상 「공연 음란죄」에 해당하는 것이면 불가피하다고 본다.남의 눈에 보이는 카섹스,치부가 보이는 의복 등이 그에 해당한다.그러나 그 이하의 과다노출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기준을 정하기도 어렵고,그래서 불가피하게 재량권을 갖게 될 젊은 남자경찰관이 개입했을 때 그 자체가 더 외설적인 작태를 연출할까봐염려스럽다.
집단적 유행성 있는 과다노출과의 전쟁은 경찰력이 아니라 역시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지성적 의식의 힘이 맡아 싸워야 할 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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