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칼럼>산악인들 애환담긴 산노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서구적인 의미의 등산이 이 땅에 뿌리를 내린지도 어언 반세기가 넘었다.그동안 산악인의 세계는 하나의 소사회를 이루며 집단문화권으로 자리매김했다.산악문화중에서도 산노래에는 산악인들의 전통.관습.도전의지.애환등이 잘 녹아있다.
산악인들의 가슴을 적셔주는 산노래가 불리기 시작한 연대는 정확하지 않다.산악인들은 산노래를 통해 집단의식을 키워왔으며 마음의 아픔을 나누었다.또한 등산중 고난에 처했을 때는 도전의지를 키워오기도 했다.
산악인들은 매우 독특한 집단이다.이들끼리 통용되는 세계 공통의 등반용어가 있고 노래까지 만들어 부르고 있다.
「개나리고개는 눈물고개 …(중략)… 지금은 어디서 개나리 생각하나.」 변변한 산노래하나 없었던 해방전 산악인들이 불렀던 『개나리고개』의 내용이다.
교통이 불편했던 시절 북한산을 가기 위해서는 돈암동 전차종점부터 걸어서 미아리고개를 거쳐 개나리가 만발한 개나리고개(지금의 삼양동고개)를 넘어야 했다.민요형식의 이 노래는 개나리고개를 넘으면서 흥얼대던 노래였다.고희가 넘은 산악인 들에게 옛날을 회상시켜주는 국내 최초의 산노래로 남아있다.
「산에는 마을이 있어 산사나이의 보금자리 …(중략)… 너없이못사는 사람은 산사나이뿐.」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까지 산악인들이 가장 많이 불렀던 『산사나이』의 한 소절이다.당시 산악인들 정서에 잘 어울려 빠르게 확산됐다.그러 나 일본의 산노래 『산남의 가(山男の歌)』를 번안한 곡으로 밝혀지면서 점차잊혀지기 시작했지만 그 시대 산악인들에게는 진한 향수가 서린 노래였다.
산악운동이 열기를 띠었던 70년대에는 이에 발맞춰 산노래도 중흥기를 맞았다.『설악가』『설악아 잘 있거라』『저 높은 산』『산악인의 노래』『즐거운 산행길』『산아가씨』『산의 나그네』『자일의 정』『산이야기』『그리운 산정』등 50여편의 산 노래가 불렸다.이 시기에 가장 사랑받았던 산노래는 『설악가』(이정훈 작사.곡)가 단연 으뜸이다.별빛이 총총한 설악산자락의 막영지에서 우쿨렐레(하와이 원주민이 사용했던 4줄의 현악기)의 반주를 곁들여 『설악가』를 부르면 평소 대중가요 에만 익숙했던 일반인도이내 감동할 정도다.
『즐거운 산행길』(이정훈 작사.곡)은 가수 김홍철이 음반으로취입한 노래며,힘차고 경쾌한 박자의 『산악인의 노래』(이은상 작사.김동진 작곡)는 한국산악회가로 지금까지 일반에 널리 불리고 있다.최근 K등산학교에서는 산노래강좌를 정규 과목으로 정해산노래를 보급하고 있다.건전한 산악문화발전에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용대 산악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