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8.15경축사에 담긴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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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8.15 축사는 한반도평화 4자회담의성사를 위해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다각적으로 추진해온 대북정책을 재정리,제시한 것으로 획기적인 어떤 내용을 담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4자회담을 통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리를 구체적으로 예시한 대목등은 문제의 현실적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주목할만하다.
金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간 협력」이 평화통일의 요체임을 강조하고 4자회담은 평화와 협력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한.미양국 정상이 지난 4월 4자회담 제의당시 이미 밝혔던 내용을 재확인한 것.
金대통령은 이어 4자회담이 성사될 경우 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는 내용을 평화체제 구축등 세가지로 요약했다.한반도 평화체제구축논의는 4자회담의 제1의적 목표이며 평화체제를 보장하는 수단으로서 군사적 신뢰구축방안도 4자회담의 기본적 목표라 할 수있다. 주목할 것은 金대통령이 긴장완화조치 차원에서 4자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한 남북경제협력문제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4자회담이 성사되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당근」을 구체적으로 예시한 것이다.
국가원수의 발언으로서는 이례적이랄 정도로 구체적이다.
우선 金대통령은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는 북한의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비료나 농약제공등 농업생산성 제고를 위한다양한 지원이 가능하며,특히 아직 잘 진척되지 않고있는 수해농지 복구를 위한 장비지원도 언급했다.
金대통령은 또 북한이 빈사상태에 빠진 경제를 회생시키고 체제위기를 극복하는 디딤돌로 삼기위해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나진.선봉 개발사업을 돕기위해 우리 기업들의 투자를 장려할 수 있으며,북한의 물자.외화난 극복을 위한 교역확대및 관광객 방북허용을 추진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金대통령이 예시한 내용들은 체제개방과 교류확대가 「트로이의 목마」가 될 것을 우려하는 북한의 입장을 배려한 것이다.
북한체제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으면서도 북한경제에 단기적으로가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이 주로 제시된 것이다.
이와함께 金대통령은 남북간 인적.물적교류의 안전등을 보장할 수 있는 틀만 마련된다면 민간기업이 대북교류를 주도할 것임을 밝히고 이를 위해 남북당국간 합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나아가 민간차원의 교류가 증대되는 것을 바탕 으로 남북당국간 진정한 협의와 실질적인 경제협력이 가능하며,이는 북한의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천명했다.
이처럼 대통령 경축사가 4자회담의 성사를 위해 우리정부가 펼수 있는 대북지원책의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는 형식을 띤 것은 4자회담 참여여부를 분명히 하지않은채 4자회담에 대한 설명회를요구하는 북한에 대한 우리정부 나름의 대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경축사가 남북한간 불신의 벽을 얼마나 허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다만 남북한이 홍수로 떠내려온 시신을 주고받고 북한이 취중입북한 소설가 김하기씨를 돌려보내는등 뭔가 화해의 조짐이 이뤄진 최근 분위기는 다소나마 기대를 갖게한다.
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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