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미국 경제가 위험에 처했다”고 긴급담화를 낸 24일(현지시간)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26일로 예정된 TV토론도 연기하자고 요구했다. 1960년 미 대선 TV토론이 시작된 이래 후보 간 합의된 토론을 놓고 연기 논의가 나온 건 4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이날 플로리다에서 긴급회견을 열고 매케인의 토론 연기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지금 미국인들은 40일 후 이 혼돈을 수습할 사람(차기 대통령)으로부터 얘기를 듣고 싶어한다”며 “토론이 예정대로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케인의 생각은=집권당 후보로서 금융위기 책임론을 피하고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 지명’에 이어 두 번째 도박을 감행했다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지난주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래 매케인의 지지율은 급락해 오바마에 뒤처졌다. 24일 폭스뉴스 조사 결과 오바마 지지율은 45%인 반면 매케인은 30%대(39%)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경제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오바마를 꼽은 유권자 비율(47%)이 매케인(37%)보다 크게 높았다.
위기에 처한 매케인은 어떻게든 금융위기가 거론될 26일의 1차 TV토론을 일단 피하면서 구제금융안을 초당적으로 통과시킬 ‘해결사’ 역할을 해 상황 반전을 노린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매케인의 도박이 유권자들에게 사심 없는 애국심의 발로로 받아들여질지, 대선 승리를 위한 정치적 술책으로 받아들여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