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 자신 없나 … “TV토론 늦추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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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국 월가발 금융위기가 미 대선판마저 집어삼켰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미국 경제가 위험에 처했다”고 긴급담화를 낸 24일(현지시간)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26일로 예정된 TV토론도 연기하자고 요구했다. 1960년 미 대선 TV토론이 시작된 이래 후보 간 합의된 토론을 놓고 연기 논의가 나온 건 4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매케인은 이날 뉴욕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내일(25일) 대선 운동을 중단하고 워싱턴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미 대선 토론위원회에 TV토론(26일)을 연기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토론연기 요구 이유에 대해 매케인은 “부시 대통령이 제안한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안이 통과되려면 의회에서 내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공화·민주 양당은 29일 증시 개장 전에 (구제금융안) 합의를 이뤄낼 것으로 확신하며 이를 위해 정치는 잠시 한쪽에 밀어 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이날 플로리다에서 긴급회견을 열고 매케인의 토론 연기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지금 미국인들은 40일 후 이 혼돈을 수습할 사람(차기 대통령)으로부터 얘기를 듣고 싶어한다”며 “토론이 예정대로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케인의 생각은=집권당 후보로서 금융위기 책임론을 피하고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해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 지명’에 이어 두 번째 도박을 감행했다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지난주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래 매케인의 지지율은 급락해 오바마에 뒤처졌다. 24일 폭스뉴스 조사 결과 오바마 지지율은 45%인 반면 매케인은 30%대(39%)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경제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로 오바마를 꼽은 유권자 비율(47%)이 매케인(37%)보다 크게 높았다.

위기에 처한 매케인은 어떻게든 금융위기가 거론될 26일의 1차 TV토론을 일단 피하면서 구제금융안을 초당적으로 통과시킬 ‘해결사’ 역할을 해 상황 반전을 노린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 같은 매케인의 도박이 유권자들에게 사심 없는 애국심의 발로로 받아들여질지, 대선 승리를 위한 정치적 술책으로 받아들여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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