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학원들 초등학생 방학과제물 대신해주는 상혼성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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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맞벌이 주부 韓모(35.부산북구만덕동)씨는 지난달말 아파트상가 게시판에서 「방학 과제물 책임지도」라는 속셈학원 수강생 모집 광고문구를 보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초등학교 2학년인 딸(9)의 방학 과제물을 시간이 없어 도와주지 못 하는 것을 걱정해오던 참이라 「잘 됐다」는 생각이 들어 곧장 수강료 5만원을 내고 딸을 학원에 등록시켰다.
부산시교육청에서 펴낸 초등학교 2학년용 「여름방학」(48쪽)책과 독후감쓰기.글짓기.그림그리기등 여름방학 숙제를 모두 책임지도해 주는 조건이었다.
부산과 경남지역 속셈.미술.웅변학원등 학원마다 이번 여름방학기간중 초등학생의 방학 과제물을 대신해 주는 얄팍한 상혼이 성행하고 있다.
韓씨처럼 초등학생 자녀들의 방학 과제물을 맡기기 해 방학기간에만 특정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도 많다.
일부 속셈학원은 방학책을 비롯해 폐품을 이용한 공작,식물 싹틔우기등 과제물을 몽땅 대신 해주고 있으며 미술학원에서는 그림그리기,웅변학원에서는 글짓기 숙제를 거의 해주다시피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학원들은 『학생들에게 방학과제물 목록을 가져 오게 해 학년.그룹별로 숙제할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아 해주거나 도와주고 있다』며 『학부모들의 부탁도 있고 원생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 과제물에는 학부모와 학원들의 욕심까지 끼어들어 학교에서 상받을 수 있도록 초등학생 수준 이상으로 해주고 학교에서도 대리작품인줄 알면서도 상을 주는등 학부모와 학원.학교가 함께 어린이 교육을 망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등학생 4년생 아들을 두고있는 주부 崔모(39.경남창원시소답동)씨는 『직장생활을 하느라 방학숙제를 도와 줄 시간이 없는데 아들은 「숙제를 잘해 상을 받고 싶다」고 해 숙제를 대신해주는 학원에 보내고 있다』면서『학원에 「방학과제 물을 잘해달라」고 부탁하는 학부모들이 주위에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대 김석우(교육학과)교수는 『초등학생들에게 「숙제도 돈만 주면 힘 안들이고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풍토는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라며 『어린이들을 일찍부터 황금만능사상에 빠져들게 하고 「선생도 돈만 주면 마음대로 부릴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산〓강진권.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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