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 피플] 韓·美협상 정통부 두 주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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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 최준영 국장

▶ 서광현 과장

"위피(WIPI)는 타결됐고 와피(WAPI)는 결렬됐습니다."

무선인터넷 구동소프트웨어(플랫폼)를 둘러싼 한.미협상의 한국 측 주역이었던 정보통신부 최준영 정보통신정책국장과 서광현 기술정책과장의 말이다. 한.미협상이 타결됐던 날은 지난달 22일. 공교롭게도 같은 날, 무선랜 장비 암호표준을 놓고 벌인 미국과 중국의 협상은 무산됐다. 우리나라가 독자개발한 플랫폼의 이름은 '위피'고, 중국이 개발한 무선랜 장비 암호표준의 이름이 '와피'다.

崔국장과 徐과장은 "협상의 쟁점이 된 용어마저 비슷해 더욱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한.미협상의 경우 휴대전화 단말기에 위피를 기본으로 장착하되, 미 퀄컴이 개발한 브루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로가 한발씩 양보하면서 양측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에서 타결됐다"는 것이 이들 정통부 관리들의 주장이다. 반면, 중국은 와피만을 고집하다가 중국 내 무선랜 장비에서 와피를 사용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지경에 이르렀다.

"협상이란 게 그런 거 아닙니까? 서로 주고받는 것이 있어야 하는…."

'위피 기본탑재 의무화, 브루 추가사용 가능'이란 협상카드는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아이디어였다고 이들은 소개했다.

이들은 무선인터넷플랫폼 협상에서 퀄컴 측에 상당부분을 양보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얻는 것이 더 많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나오게 될 휴대전화에는 반드시 플랫폼 표준규격으로 위피를 써야 합니다. 위피를 기본 골격으로 하는 휴대전화가 의무화된다는 것이죠. 여기에 브루를 추가 사용해도 되는 것입니다."

이번 합의로 당분간 위피와 브루가 공존하지만, 위피 기본탑재가 의무화됨으로써 위피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崔국장은 지난달 초 한.중.일 3국 회의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에 대항해 3국이 공개 소프트웨어 운영체제(OS)를 공동 개발한다는 합의를 일궈내기도 했다. 崔국장은 정부의 주요 정부부처 국장급 상호교류 방침에 따라 올 초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에서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徐과장은 기술고시 18회 출신으로 정통부 내 대표적인 기술통의 한 사람이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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