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교육법] “시끌벅적 뛰어 노는 아이가 학습능력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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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모들은 자녀를 영재로 키우려고 학원에 보낸다면서요? 아이를 마음껏 뛰어놀게 하세요. 시끌벅적하게 놀 줄 아는 아이가 두뇌 발달이 더 빠릅니다.” 유럽에 ‘움직이는 유치원’을 보급하고 있는 아동교육학자 레나테 침머(61·독일 오스나브뤼크대·사진)교수가 한국에 왔다. 현재 독일 니더작센 주 유아교육발달연구소장으로 있는 그는 한국체육학회 주최로 18~20일 열린 ‘2008 국제학술대회’에서 ‘신체놀이가 아동의 자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주제 발표를 했다. 침머 교수를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유럽의 ‘움직이는 유치원’에선 어떤 교육을 하나.

“화장실에 갈 때도 요술신발을 신고 미끄럼을 타고, 막대기를 짚고, 음악에 맞춰 춤추면서 걸어갑니다. 줄 타기, 계단 오르내리기, 교외 산책 등 신체놀이를 많이 시켜요. 실내의 어디에서나 몸으로 부딪치면서 뭔가를 해낼 때 아이들의 자부심이 커집니다. 스위스·오스트리아·핀란드 등 유럽 각국에 ‘움직이는 유치원’과 ‘움직이는 학교’가 150여 곳 있습니다.”

-신체놀이와 학습 간의 관계는.

“소란스럽게 노는 아이가 영리해져요. 산소가 뇌에 활력을 주기 때문에 집중력이 높아지고 사물에 대한 이해력이 커집니다. 직접 체험을 통해 기억력이 좋아지고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놀이를 하는 동안 엔도르핀이 분비돼 정서에 도움이 됩니다. 아이들은 책상에만 앉아 있으면 안됩니다. 한국에선 시험 기간에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볼 수 없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공부한 후엔 잠시라도 놀아야 집중력이 생깁니다.”

침머 교수는 그동안 『유치원에서 의자를 치워라』 등 심리운동론을 강조한 교육서 30여 권을 냈다. 2004년과 2005년에도 방한했던 그는 한국 부모들의 지나친 교육열에 우려를 표시했다. 독일에는 우리나라처럼 주요 과목을 가르치는 학원이 없다.

그는 “독일의 뮤직슐레(Musikschule·음악학교)는 일주일에 한 번 20분간 수업을 한다”며 “매일 학원 서너 곳씩 다니는 한국 아이들은 언제 뛰어 노느냐”고 되물었다. 침머 교수는 “독일의 초등학교는 수업과 수업 사이에 20분간 휴식시간이 있는데, 이때 전부 교실 밖으로 나가 놀아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 부모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은.

“가정에 놀이방을 만들어 주세요. 만들기 어려우면 거실 한 켠에 아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놀이공간을 꾸며주세요. 많이 움직이고 많이 운동하면 공부도 더 잘하고 성격도 좋아집니다. 운동은 인간의 심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아이들이 몸을 움직여 충분히 놀지 못하면 과잉행동장애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가 심리운동론에 눈뜬 것은 1970년대 초등학교 체육교사를 할 때였다. 행동이 굼뜨고 성적이 나빠 또래로부터 외면당하는 어린이들에게 신체놀이를 권한 결과 두 달 만에 학습능력이 좋아졌다.

또 공부를 하면서 많이 움직이는 어린이와 그렇지 않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집중력 테스트를 한 결과 많이 움직일수록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점도 확인했다.

그는 또 “자녀를 과잉 보호하면 교육에 해롭다”며 “진정으로 자녀를 위하는 길은 자녀를 신뢰하고, 주도권을 주는 것이며 그로 인해 진정한 학습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글=박길자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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