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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걷다] 미국 채터누가 - ‘보행자를 위한 혁명’을 감행하다 ②

중앙일보

입력

전기버스로 달린다

채터누가는 인구 15만으로 크지 않은 중소 도시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로는 꽤 넓은 편이지만 차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조금 더 유심히 들여다보면 또 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바쁘게 도로를 가로지르는 몇 안 되는 차량들도 대부분 전기 버스들이라는 점이다.
전기버스는 채터누가가 공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생각한 묘안이다. 채터누가의 지형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이기 때문에, 애초에 공기를 더럽히지 않는 방법이 채터누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그래서 되도록 시내로 차들을 들이지 않기 위해서 시에서는 파크 앤 라이드(Park & Ride) 정책을 시행했다.
이런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했던 것은 바로 주차장. 이는 시 외곽에 위치한 주차장에 자신의 출퇴근 차량을 주차해놓은 다음에 공용 전기 버스를 타고 시내로 진입하는 방법이다. 강제적인 정책이 아닌데도 시민들은 모두가 이에 동참하고 있다.
셔틀버스는 도심 남쪽의 관광지에서 북쪽까지 오 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남쪽에 있는 채터누가 츄츄는 증기기관차 발착장이 있고 북쪽에는 앞서 소개한 테네시 수족관이 있다. 그리고 남쪽과 북쪽 터미널에는 각각 커다란 주차 빌딩이 있다. 교외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터미널까지만 차를 몰고 온다. 그런 후 자연스럽게 셔틀버스를 이용해 직장으로 향한다.
주차비는 한 달에 10달러로 정도로 서울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저렴한 액수다. 시에서 전기버스 운행에 관심을 보인 것은 1989년, 캘리포니아 주 샌타바바라의 성공적인 교통 정책에 감동한 후부터였다.
채터누가에서 맨 처음 전기버스 생산 의뢰를 받은 사람은 현재 AVS 사장인 퍼거슨이었다. 당시만 해도 전기버스에 사활을 거는 정책은 누가 들어도 납득이 잘 가지 않는 낯선 것이었다. 퍼거슨은 상용화하기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지만 기술적인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1993년 6월 드디어 제1호 전기버스가 채터누가의 거리를 누빌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시민들 또한 걷는 행위가 자신의 고장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걷는 것을 사랑하고 전기버스나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50여 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진실한 환경운동이 자연스럽게 그들을 환경시민으로 만든 것이다.

채너누가의 남다른 재활용 마인드

환경도시를 둘러보면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 중 하나가 재활용 정책이다. 수거된 플라스틱과 폐지를 효율적으로 재생산 하는 방법이나 음식물 쓰레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방법 등등. 소비행위가 지구의 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소비 행위 자체를 멈출 수 없다면 뭣보다 재활용 정책에 시선을 모아야 한다.
채터누가의 재활용 마인드는 주로 자연현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물과 토양에 관심이 높은 편인데 빗물을 받아 재활용하는 정책은 단연 돋보인다. 채터누가는 지대가 낮은데다가 테네시 강과 인접해 있어서 큰 비가 내릴 때면 매번 홍수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하수도 오염문제가 심각했었다. 폭우라도 쏟아지는 날에는 시민들이 흘려보내는 생활 오수가 지상으로 흘러 넘쳐 문제가 심각했던 것이다.
시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려 사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홍수대책 방안은 의외로 간단한 것이었다. 빗물을 땅으로 흘려보내지 말고 탱크에 저장해서 재활용하는 것이다. 이 물은 거리를 청소하거나 화재를 진압할 때 주로 쓰이지만 뭣보다 공장에서 아주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시민들의 재활용 마인드를 높이기 위해서 시에서 실시한 것은 디자이너 혁신이었다. 빗물을 모으는 저장고를 독특하게 디자인해서 시민들이 지나다니면서 한 번쯤 바라보게 만든 것이다. 시민들을 다수 동원하는 여러 가지 방법의 캠페인이 있겠지만, 디자인을 통해 거리의 문화를 바꾸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관심을 유도해내려는 전략은 매우 탁월했다.
하수도 오염 문제를 해결한 채터누가 시에서는 이제 쓰레기 문제와 토양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땀 흘리고 있다. 쓰레기에서 나오는 가스를 에너지로 바꾸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져야 하며 토양의 오염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산림을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 다행히 채터누가에서는 이 두 가지 정책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는 편이다. 시청은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계속해서 쓰레기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희귀 동식물을 품고 있는 테네시 계곡은 순수한 트러스트 단체들의 보호 아래 점차적으로 회복되고 있다.

협조 / 이노우에 토시히코, 사계절 출판사
주요 참고문헌/ 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 (이노우에 토시히코ㆍ스다 아키히사 편저)
기타 참고문헌 /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 (박용남), 친환경 도시 만들기 (이정현), 도시 속의 환경 열두 달 (최병두), 친환경 도시개발정책론(이상광)
사진출처/ http://wikitravel.org

워크홀릭 담당기자 설은영 e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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