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외환위기땐 망할 회사 놔두라며 강하게 압박하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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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용석 기자

 “언제는 망할 회사는 그냥 놔두라고 하더니….”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미국 정부의 천문학적 구제자금 투입에 쓴소리를 던졌다. 그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www.chedet.com)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AIG를 살리기 위해 850억 달러를 투입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우리는 (외환위기 당시) 망해가는 회사를 구해선 안 된다는 소리를 얼마나 귀따갑게 들었는지 기억하고 있다”고 썼다.

1997년 아시아에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라야 한다며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압박했던 미국이 정작 자신이 위기를 맞자 전혀 다른 행동을 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꼰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마하티르 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처방을 거부하고 독자 회생의 길을 선택했다. 한국이 ‘IMF의 모범생’이었다면 말레이시아는 ‘아시아적 가치’를 내세운 반항아였다. 이 과정에서 마하티르는 서구의 투기자금이 아시아의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며 조지 소로스 미국 퀀텀펀드 회장과 거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블로그에서 마하티르 전 총리는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비해 달러 보유액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FRB가 수천억 달러의 구제자금을 장부상에서 만들어 낼 것”이라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질 테니 달러 보유액을 줄이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당시 그는 링깃화 환율을 달러에 고정시키고 자본 유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이번에도 그는 물가 폭등을 막기 위해 고정환율제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3년까지 22년간 총리를 지낸 그는 최근 위기에 빠진 집권연정의 중심당인 통합말레이기구(UMNO)에 복귀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른 동남아 국가에서도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태국의 유명 라디오 진행자인 다나이 에크마하사와디는 “외환위기 때 채권자들은 마치 예언자처럼 행동하더니 지금은 우리에게 하지 말라던 행동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파산 신청을 한 미국의 리먼브러더스는 1997년 태국의 부실채권을 대량으로 사들여 짭짤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조민근 기자,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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