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PC·디카에 잠든 사진을 깨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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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대학생 이미진(23)씨는 서울의 한 극장에서 영화를 본 뒤 건물 내에 있는 포토 카페를 찾았다. 여름휴가 때 남자친구와 함께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뽑기 위해서다. 사진 데이터들은 10분도 안 돼 한 권의 포토북으로 만들어졌다. 그는 자신의 얼굴이 담긴 티셔츠도 하나 만들었다. 그는 “쉽고 간편하게 사진을 뽑을 수 있고 티셔츠나 머그컵에도 새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16일 오후 홍콩 빅토리아 피크의 한 레스토랑에서 상영된 영상이다. 이 자리에는 HP 초청으로 한국·일본·중국·대만·싱가포르·뉴질랜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온 150여 명의 기자가 참석했다. 아이비 리앙 슈 칭 HP 아시아·태평양·일본의 이미징프린팅그룹 마케팅부 책임자(부사장)는 “카메라나 휴대전화, PC에 잠들어 있던 디지털 사진들이 집 앞 자판기나 길거리 카페에서 포토북과 티셔츠로 만들어져 사람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포토 카페를 비롯한 오프라인 인화점은 디지털카메라에서 바로 사진을 뽑아 손에 쥘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또 눈앞에서 다양한 팬시 상품을 골라 거기에 자신의 사진을 새길 수도 있다. 그야말로 ‘손에 잡히는’ 디지털 사진이다. 이런 강점 때문에 첨단 오프라인 인화점이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호주에서는 유통 업체 하비 노먼이 운영하는 디지털 사진 인화점이 전국에 깔려 있다.

이 회사의 벤처기업 OFIS 총책임자 폴 잉글리시는 “호주뿐 아니라 말레이시아·뉴질랜드·싱가포르·아일랜드·슬로베니아 등에도 매장을 가지고 있다. 매년 10~25개의 새로운 매장을 개점할 계획이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도 HP·후지필름·코닥 등 관련 업체들이 속속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HP는 국내에서 신촌, 동대문, 구로CGV 등 모두 5개의 포토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은 학교 근처, 혹은 극장에 영화를 보러 갔다가 포토 카페에 들른다. 보통 크기의 사진이나 간단한 포토북은 고객이 무인 사진인화 자판기에 직접 메모리 카드를 꽂고 사진을 골라 만들면 된다. 달력이나 CD·포스터·머그컵·티셔츠도 사진만 골라 주문하면 20분 안에 완성품이 만들어져 나온다. HP는 조만간 3곳을 더 개설할 예정이다. 후지필름도 ‘후지 포토이즈’라는 이름으로 달력 등 다양한 팬시 상품 제작이 가능한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무인 사진인화 접수기가 설치돼 있어 개인적인 프라이버시 노출을 꺼리는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무인 인화 접수기는 메모리 카드를 꽂거나 CD 등을 삽입한 뒤 간단한 조작으로 인화 접수가 가능하다.

한국코닥이 사무용품 전문점인 ‘오피스 디포’에 설치한 ‘코닥존’에도 메모리 카드로 사진을 만들 수 있는 무인 사진인화 자판기가 있다. 

홍콩=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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