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통령 취임 내달9일 맑은 날씨 만들기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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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8월9일로 예정된 러시아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취임준비위가「날씨와의 전쟁」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취임식날 구름이 잔뜩 끼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는데다 날씨를 바꾸는 일도 예전과 달리 어렵게 꼬여있기 때문이다.
취임준비위의 유리 야로프 부위원장은 지난주 『날씨를 맑게 하기 위해 돈을 좀 쓰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지난해 5월 전승기념일에 비행기를 동원,구름을 흩어지게하고 맑은 날씨를 만들어 재미를 쏠쏠히 본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해까지 고분고분 말을 잘 듣던 중앙공기역학연구소 일기전환센터가 『동원할 비행기가 없어 이번에는 못하겠다』고 나섰다. 통상 이 센터에는 12대의 비행기가 항상 권력의 요구만있으면 즉각 날씨를 바꾸는 마술을 부릴 준비를 갖추고 있는데 이제 이게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연구소는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화물 수송업에 뛰어들어 여기에 비행기를 투입하고 있는데 현재 고객들과 한 약속 때문에 비행기를 다시 빼오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인 것이다.
여기에다 날씨를 바꾸기 위해선 기술적인 이유로 사전준비작업이한달정도 필요한데 취임식이 열흘도 채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어렵다는 하소연도 곁들이고 있다.
또 자금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전승기념일에 날씨를 맑게 하기 위해 들어간 돈은 12억루블(당시 환율로 약 2억4천만원)이었는데 그동안 물가가 올라 20억루블(약 3억2천만원)이 필요하다.
『국민들의 고생은 여전한데 뭐 잘한 것 있다고 그렇게 많은 돈을 허공에 뿌리느냐』는 비난도 은근히 거세 돈마련에 눈치가 보이는 것이다.
날씨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취임준비위가 어떤 마술을 부릴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모스크바=안성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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