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달러 랠리 온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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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 29면

달러 랠리가 그리운가? 바람직한 태도는 아닌 것 같다. 달러 랠리는 터무니없는 거품이었으니.하지만 낙담할 필요는 없다. 앞으로 몇 달 안에 달러 가치가 다시 올라가 베팅 기회는 또다시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진 달러 하락 쪽에 베팅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달러는 6월 중순 이후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올랐다.

6월 15일 1.6038달러였던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9월 11일 1.3882달러가 됐다. 달러 가치가 16%나 상승한 것이다. 같은 기간 무역액 가중치로 환산한 달러의 실질 가치는 10% 올랐다. 이는 2007년 10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아시아 10개국 통화는 달러 대비 가치가 2007년 10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8월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는 달러에 비해 8.2% 하락했다. 이는 1992년 영국이 급격한 파운드화 하락을 막기 위해 유럽환율조정체제(ERM)에서 탈퇴한 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달러 가치가 크게 오른 것은 미국 경제가 나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경제가 예상보다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신흥 시장과 오일 펀드에서 자금이 이탈하면서 달러 가치는 상승했다. 해외에 투자했던 미국 투자자가 투자금을 회수한 것이다. 미국 투자자의 해외 투자 비중은 2003년 전체 자산의 8.7%에서 최근 20%까지 늘어난 상태다.

미국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투자자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3월 중순 베어스턴스 사태 이후 미국 주식시장은 두 달간의 랠리를 경험했다. 하지만 7월 중순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구제 방안 발표 이후엔 랠리 기간이 그 절반으로 줄었으며, 9월 7일 미국 정부가 이 두 회사를 국유화하기로 한 후엔 단 하루 반짝했을 뿐이다.

지난주 AIG에 대한 자금 지원 조치 발표 이후엔 겨우 몇 분 좋다가 말았다. 금융 전문가들은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고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집값은 하락하고, 가계 부채는 엄청나며, 기업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 경제가 좋을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투기 세력은 달러 선물을 사들이고 있다. 그러면서 유로화나 파운드화는 팔아 치우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달러에 대해 지나친 비관론을 펼치던 그들이 다시 낙관적 태도로 돌아선 것이다. 일견 앞뒤가 안 맞는 듯 보이기도 한다. 달러 가치는 유로 대비 1.45~1.5달러가 가장 적당하다고들 한다.

따라서 현재의 환율만 놓고 본다면 유로를 사들이고 달러를 파는 게 소액이나마 챙길 수 있는 전략이다. 하지만 유로 환율이 1.5달러 수준이 될 때가 다시 달러를 사들일 타이밍이다. 두 번째 달러 랠리를 대비하는 것이다. 유로화 환율은 1.25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달러 약세장은 7년에서 9년간 지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번 달러 약세장도 7년간 이어져 왔다. 달러가 바닥에 왔다는 신호다.

2차 달러 랠리를 전망하는 이유는 또 있다. 첫째, 최근 달러가 랠리를 누렸다고는 해도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점이다. UBS와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실질 구매 능력에 비추어 볼 때 유로화 환율은 1.15달러가 적당하다. 둘째, 미국 경제가 유럽이나 영국보다 빨리 회복될 것이란 점이다.

미국 정부의 금리 인상도 한 이유다. 유럽중앙은행이나 영국은행은 금리를 내릴 것이다. 미국과 유럽 사이의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달러는 국제 투자자를 유혹할 것이다. 미국 경상적자는 2005년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7%였지만 최근 5%로 줄어들었다. 달러 약세와 유가 하락은 미국의 경상적자 폭을 더욱 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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