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칠레 문학평론가 고칠리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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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7월초 칠레 산티아고의 국립 칠레대에서 열린 제1회 한국문학심포지엄에서 칠레문인협회는 「한국-칠레문학교류」를 제의했다.1년에 한번씩 양국을 오가며 세미나를 가져 문학 이해의 폭을 넓히자는 것이다.현재 1천3백여 문인이 활동하 고 있는 칠레문학의 전통과 현황은 어떠한가.칠레문단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있는 중진 문학평론가 질레모 고칠리(칠레대 문학과교수.53)에게 들어봤다.『가브리엘라 미스트랄.파블로 네루다 등 두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를 배출한 칠레는 중 남미문학을 대표하며 문학에 대한 자존심이 대단하다.20세기 초반까지 칠레문학은 칠레 특유의 민속.전통.지역성을 추구하는 국수주의적 입장을 취했다.
그러다 보니 너무 지엽적이어서 보편성을 잃고 있다는 반성이 일어 40~60년대는 서구문 학을 직수입해 세계성.보편성을 추구했다.그러나 73년 피노체트 쿠데타 이후 지식인 대거 검거와 망명으로 칠레문단은 공동화 현상을 빚게 됐다.그럼에도 불구하고망명작가등과 검거를 두려워하지 않는 작가들에 의해 반체제 문학이 80년대까 지 뿌리를 내려왔다.』 90년대 들어 사회분쟁적요소가 사라져 문학이 사회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고 한다.사회정의 같은 것은 나몰라라하고 출세에만 급급한 요즘 젊은이들의 풍조를 따르다 보니 문학도 이제 사회적 효용을 다하지 않았나하 는 걱정이 섞여있다.
『하지만 칠레의 최근 문학도 가만히 뜯어보면 주변환경에 미세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큰 목소리는 아니지만 이웃.자연.환경등을 통해 사회에 변함없는 관심을 가지고 있음이 드러난다.』망명에서 돌아온 친구문인이 『고국에 돌아와보니 보이는 것 은 한국자동차뿐』이라며 씁쓰레한 표정을 짓더라고 전하는 고칠리 교수는 『교역 증대를 위해서는 양국의 문화적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며 양국의 문학교류를 희망했다.
산티아고=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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