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代 국회의원 허위,축소 주먹구구 신고 일쑤 재산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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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현행 공직자 윤리법은 꽤 까다롭다.공직자 임기중 축재(蓄財)를 감시하기 위해 그만두는 해까지는 변동사항을 신고토록 돼 있다.그러나 신고 내용을 보면 주먹구구가 많다.
『계약이 만료된 것으로 착각해 누락했음.』(玄모 전의원.1천9백만원) 『96년 1월 신고때 계산을 잘못해 누락했음.』(金모 전의원.1천9백만원) 이런 일이 통하는 것은 법의 허점 때문이다.겉으론 엄격해도 속으론 구멍 투성이다.
그리고 이렇게 나중에 정정해도 제재규정이 없다.공직자들이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중 하나에 불과하다.
먼저 재산 추적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1천1백만원의 변동분만 신고한 한 재선의원의 경우 명세를 파악하려면 첫 신고를 한93년부터 올해까지의 전체 변동분을 추적해야 한다.변동분 신고과정에서 왜곡이 있다면 국세청 버금가는 정밀추 적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재의 신고방식으로는 재산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없다.법 요소요소에 「보장된」축소신고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공직자윤리법 12조는 등록자의 피부양자가 아닌 존비속의 재산은 등록을 거부할 수 있도록 돼 있다.14대때 장 남명의 재산이 문제돼 중도 하차했던 전국회의장 박준규(朴浚圭.자민련)의원은 이번엔 문제의 장남 재산을 고지 거부로 처리했다.대부분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번 의원 재산등록에서 두드러진 「사인(私人)간의 채무항목」도 마찬가지다.차용증이나 영수증같은 확인서류를 내지 않아도 된다.그냥 적기만 하면 된다.실제로 신한국당 李모의원은 사인간의채무가 무려 13억원이나 된다.그런가 하면 부동 산은 소유권 변동이 이뤄지지 않는 한 땅값이 올라도 변동분 신고에서 제외된다.비상장주식은 액면가로만 따진다.
신용조합.새마을조합등에 예치된 금융자산도 문제다.이 기관들이금융전산망과 연결조차 안돼 있다.추적하기가 매우 번거롭게 돼 있다. 신고방식이 허술해도 심사만 제대로 되면 허위를 밝혀낼수 있지만 이것도 여의치않다.공직자윤리위의 심사는 형식적으로 흐를 소지를 안고 있다.국회의 경우 감사관실 직원 5명이 심사인력의 전부다.심사기간도 연중이 아니라 석달에 불과하다 .
심사 직원들이 「천신만고」끝에 허위.누락신고 혐의를 잡아내도대부분 그뿐이다.공직자윤리위는 지난해 심사결과 실제 신고내용이틀린 것으로 밝혀진 67명에 대해 서류보완 조치만 내렸다.징계조치는 하나도 없었다.
여기에도 이유가 있다.국회공직자윤리위는 제재 결정권을 갖고 있는 9명의 위원중 현역의원이 4명이나 된다.동료의원을 징계하는데 인색할 수밖에 없다.
현 제도는 「솜방망이」「면죄부 발행」이라는 지적을 자초하는 구석이 곳곳에 넘친다고 하겠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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