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과열경쟁 토론회 주제발표-'신문전쟁'의 원인과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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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문들이 최근 벌이고 있는 판매경쟁의 가장 큰 원인은 우리 신문의 역사와 관련된다.신문들은 지난 62년부터 박정희정권의 묵인아래 신문지대와 신문지면수에 관해 담합해 왔다.
신문시장의 이러한 경쟁없는 안정적 과점 상태가 전두환정권까지계속됐다.그러다가 민주화 투쟁 덕으로 신문사의 카르텔이 깨지고새로운 신문들이 출현하기 시작,한국의 신문산업도 진정한 자유경쟁의 시대에 돌입하게 됐다.지금까지 미루어져 왔던 경쟁을 한꺼번에 치르다 보니 판매경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었다.
또 신문광고의 과학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신문광고료의 기초는 독자의 인구학적 속성보다 독자의 수,즉 발행부수가 됐다.때문에신문들은 한결같이 대중지를 지향하면서 무조건 많은 수의 독자를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리게 됐다.각각 나름대로 의 어떤 뚜렷한특성을 가진 신문들이 아니고 비슷비슷한 대중지라는 점도 과열된판매경쟁을 부르고 있다.신문의 특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판매경쟁이 격해질 수밖에 없다.
과열된 양적 경쟁을 누그러뜨리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응방안을 살펴보려면 우선 양적 경쟁은 사실 재벌신문이 먼저 일으킨것이 아니라 신문재벌에 의해 촉발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재벌신문은 나중에 그 양상을 격화시켰다고 봐야 한 다.때문에 신문의 공공성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는 양적 경쟁을 지양하고 질적경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신문 사주와 경영진의 신문에 대한 투철한 공공철학 확립이 필요하다.
언론은 공익을 사회적 책무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자본이 참여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또 신문계는 강제성 있는 자율규제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그렇지않으면 국가의 개입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이와함께 신문시장의 독과점을 제도적으로 방지해야 한다.
정부는 불공정행위의 근절을 위해 필요하다면 입법이나 법개정의조치도 취해야 한다.신문을 특성화하고 자신들의 독자에 관한 인구학적 속성을 조사해 광고주들의 광고효과를 높이기 위해 유가부수를 조사하는 ABC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결국 신문의 소유주를 비롯한 신문 관계자는 상업성 측면을 위해서라도 공공성을 더 잘 발휘하려는 질적 경쟁을 추구해야만 한다.
이효성 성균관대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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