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잔치 날짜 잘못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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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반등 하루 만에 약세로 돌아섰다. 18일 코스피지수는 32.84포인트 하락한 1392.42로 마쳤다. [AP=연합뉴스]

한국 증시가 선진국 대접을 받게 된 18일 코스피지수는 되레 2.3% 떨어져 다시 1400선 아래로 밀렸다. 파이낸셜타임스 스톡 익스체인지(FTSE) 그룹이 이날 한국 증시를 25번째로 선진국지수에 편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약발이 통하지 않았다.

FTSE는 미국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지수와 함께 세계 양대 증권 투자 지표로 꼽힌다. 이번에 한국이 FTSE의 선진시장에 포함됐기 때문에 FTSE는 내년 9월 이후 선진국지수를 산출할 때 한국 주식을 넣어 계산한다. 자연히 주식 투자 때 FTSE 선진국지수를 기준으로 삼는 유럽계 펀드도 내년부터는 한국 주식을 사들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국의 선진시장 승격 발표 시점이 외국인들이 신흥시장에서 돈을 대거 빼고 있는 때와 겹쳤다. 이 때문에 자칫 한국에 들어와 있는 신흥시장 투자자금만 빠져나가고, 선진시장 투자자금은 들어오지 않는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삼성증권 오현석 투자정보파트장은 “신흥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13%나 되지만 선진시장에선 2% 미만으로 미미하다”며 “한국의 지위가 바뀜에 따라 신흥시장 투자 펀드는 한국 비중을 빨리 줄여야 하나 선진시장 투자 펀드는 급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길게 본다면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장의 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 신흥시장은 외부 충격에 약해 널뛰기 양상을 보일 때가 잦다. 이 때문에 신흥시장 투자자금도 밀물처럼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질 때가 많다. 그만큼 시장의 출렁거림이 커진다. 이와 달리 선진시장에 투자하는 돈은 여간 해선 잘 움직이지 않는다. 장기 투자 자금이 많아서다. 같은 규모의 자금이 들어와도 선진시장 투자자금이 많으면 시장의 출렁거림이 작아진다는 얘기다.

푸르덴셜증권 윤영진 연구원은 “FTSE 선진국지수 편입은 단기적으론 큰 호재가 되기 어렵다”며 “다만 내년 이후를 내다본다면 지금이 선진시장 투자자금의 투자가 기대되는 대형 우량주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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