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가 몰려온다 ③] 졸음 운전도 문제없는 첨단 안전시스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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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 운전을 한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악셀을 밟고 계십시요.어코드 앞에 달린 레이더가 선행 차를 감지해 자동으로 차를 멈춥니다."

22일 일본 도치기현에 위치한 혼다자동차 기술연구소의 테스트 드라이브 코스.

앞차와 추돌 위험이 있을때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충돌 경감 브레이크 시스템(CMS)'을 장착한 어코드(일본명 인스파이어)를 타고 직접 체험해 봤다.

▶ 충돌 경감 브레이크 시스템을 단 어코드가 장애물로 돌진하고 있다. [도치기=김태진 기자]

혼다 기술연구소 요시다 히로시 기술정보실장은 "21세기 자동차 안전기술은 에어백,ABS 등 사고때 충격을 줄이는 수동적 시스템에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적극적 안전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며 "혼다는 이 부분에서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졸음 운전으로 인한 사망.부상 사고 비율이 높아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적극적 안전 시스템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시승차로 나온 어코드 앞에는 장애물 표지판을 단 차량이 앞에서 선도한다.

시동을 걸고 악셀을 밟았다.속도를 시속 40㎞까지 높여 앞차에 달린 장애물 표지판을 쫓아 간다.옆 좌석에는 교관이 앉아서 이것 저것 설명을 해준다.

순간 교관은 "속도를 60㎞까지 높이고 그대로 장애물을 향해 돌진해 보십시오.CMS가 작동하고 있으니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십시요."라고 말한다.졸음운전 상태를 가정해보라는 말이다.

어코드 전륜부 혼다 마크 뒤에 달린 레이더가 앞서가는 차를 감지한다.장애물과 약 50m 앞에서 '삐'하는 경고음이 울린다.앞차와의 간격이 좁아진다는 신호다.졸음 운전을 하는 것처럼 계속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직진하자 약 30m 전방에서 안전벨트를 여러번 강하게 죄어 온다.위험하다는 신호다.아마도 잠에서 깨라는 것일 게다.

그래도 차간 거리가 줄지 않고 장애물과 1~2m 정도 거리를 남기자 어코드는 스스로 브레이크 기능을 작동시켜 멈춰 선다.브레이크에 발을 대지 않은 상태였다. 갑작스런 추돌의 경우 급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밟아 주기 때문에 사고가 나도 경미한 접촉에 그친다는게 교관의 설명이다.

이번에는 타원형 트랙으로 나가 또 다른 안전장치인 '차선유지시스템(HiDS)'을 실험했다.지난해 기자가 같은 차로 도쿄-나고야간 고속도로에서 직접 느껴봤던 시스템이다.

시속 40㎞를 넘어서면서 자동속도조절장치(크루즈컨트롤) 스위치를 작동시켰다.이어 HiDS 스위치를 켜자 계기판에 작동 신호가 들어온다.역시 전륜부의 레이더가 앞 차를 인지해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며 차간거리(80-100m)를 유지시켜 준다.또 전면에 달린 카메라가 차선을 읽는다.졸음 등으로 커브에서 핸들을 돌리지 못하고 차로를 벗어날때 카메라가 차선을 감지해 스스로 핸들을 돌려준다.이 차선 인지 기술은 혼다의 족립(足立)형 로보트 아시모의 물체 인식 기술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 같은 차선유지시스템은 정도에 차이가 있지만 일본에선 도요타.닛산도 비슷한 장치를 옵션으로 판매하고 있다.벤츠의 경우 2001년부터 최고급 모델인 S클래스에 비슷한 장치를 처음으로 탑재했다.

CMS와 차선유지시스템은 2002년 어코드에 처음 선보였다.당시만 해도 이 옵션을 선택한 구매 비율이 어코드 판매의 5%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인스파이어 고급형(아반자레)에 기본 품목으로 달았다.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데다 사용이 편리한 시스템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 판매가 급신장하고 있다.인스파이어 판매 모델중 30%가 이 옵션을 달았다고 한다.옵션 가격은 약 50만엔(5백50만원) 정도로 아직까지 높은 가격대가 대중화의 걸림돌이다.

다음달 한국에 판매할 어코드에는 이 옵션이 들어 오지 않는다.한국의 법규와 교통 문화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산차의 기술은 어떤 수준인가. 추돌 직전 급브레이크를 밟을때 안전벨트가 강하게 상체를 조여 몸을 고정시키는 기능은 최근 국산차에도 일부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 브레이크와 차선 유지 시스템 기술은 개발 단계다.기술 개발이 끝나도 실용화 까지는 엄청난 벽이 있다.전체적인 시스템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되야 시판할 수 있다.그런 점에서 사고때 충격을 줄이는 수동적인 안전 시스템보다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적극적 안전시스템에 대한 기술 개발과 추격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도치기 =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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