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구운 치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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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운 치킨, 굽는 치킨, 굽네 치킨, 베이크 치킨, 그릴드 치킨…’ . 요즘 아파트 현관에 붙어 있는 전단지에서 흔히 보이는 단어다. 오븐에 구운 닭고기가 기름에 튀긴 프라이드치킨을 슬그머니 밀어내고 있다. 굽는 치킨이라고 해서 숯불에 구워 내는 바비큐 치킨은 아니다. 통째로 빙글빙글 돌려가며 익혀 내는 전기구이 통닭도 아니다. 프라이드 치킨처럼 토막 친 고기나 날개·다리 등의 부위별 닭고기를 쓴다. 뜨거운 기름에 튀기지 않고, 섭씨 200~250도의 오븐에서 구워 내는 게 다르다.

굽는 치킨과 프라이드 치킨은 얼핏 보면 구별하기 쉽지 않다. 둘 다 겉이 바삭바삭한 모습이어서다. 구운 치킨은 굽기 전에 베이크 파우더를 바르고, 프라이드 치킨은 튀기기 전에 튀김옷을 입힌다. 겉 재료가 다르고 익히는 방법도 차이가 있지만 구운 치킨도 튀긴 것처럼 기름기를 머금고 있다. 또 씹으면 튀김처럼 바삭거린다. 굽는 치킨을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핫썬치킨’의 김동진(35) 사장은 “오븐에서 익는 동안 지방이 빠져 나와 튀긴 닭 같은 효과를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처음 먹는 사람은 튀긴 건지 구운 건지 구분을 못하는 경우도 있단다.

굽는 치킨이 뜨는 배경엔 일반 소비자들의 트랜스지방에 대한 거부감이 한몫했다. 트랜스지방은 쇼트닝 같은 기름으로 바싹 튀긴 음식에 주로 들어 있다. 성인병이나 암을 유발하는 물질이다. 굽는 치킨 업체들은 구우면 문제의 트랜스지방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고 강조한다. 조리법을 바꾸며 양념 치킨의 개념도 접목했다. 매운 맛 소스 등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것이다. 2002년 첫 점포를 연 핫썬치킨은 현재 전국에 200여 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05년 가세한 ‘굽네치킨’도 소녀시대 등을 모델로 내세우며 지난 5월 400호 점을 열었다. 여기에 ‘굽자나치킨’ ‘본스치킨’ 같은 신규 브랜드가 가세하며 굽는 치킨 체인점들이 동네 구석구석으로 들어오고 있다.

글=유지상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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