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밴쿠버학회보고서>下.에이즈長期생존자연구로 치료기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1백25개국 1만5천명이 참석,5천3백80건의 논문이 발표된제11차 국제에이즈학회가 9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될 제12차 학회에선 완치의 길이 열리기를 기원하며 막을 내렸다.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나 10년이상 아무런 증상없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장기(長期) 생존자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예방 및 완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에이즈 진료의사인 수전 부치바인더 박사는 장기생존자 그룹을▶면역체계에 이상이 별로 나타나지 않는 그룹▶면역체계에 이상이 있으나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그룹▶계속 에이즈 바이러스에 노출되는데도 감 염되지 않는그룹으로 나누고 『이런 현상을 나타내는데 관여하는 생물학적 인자를 규명한다면 에이즈 치료와 예방에 획기적인 전기를 맞이하게될 것』이라고 밝혔다.
에이즈 예방과 치료에 사회 문화적 여건이 장애가 되는 경우도지적됐다.전세계 2천1백80만명의 에이즈 감염자.환자중 8백만명이 여성이다(그림 참조).그러나 현재의 감염률은 3대2의 비율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는 추세다.
개발도상국을 위시한 수많은 나라에서 여성들은 에이즈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엔 너무나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천주교가 우세한 라틴아메리카에서는 피임.유산이 불법인 탓에 남편으로부터 감염 위험이 높은 것을 뻔히 알면서도 현실적으로 콘 돔을 사용할수 없다.
또다른 피해자로 에이즈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이 있다.실제로 에이즈에 감염된 산모에게서 태어나는 아이가 에이즈에 감염될확률은 4명중 1명꼴.미 캘리포니아 UCLA의대 소아과 이본 브라이슨 교수는 『이같은 수직감염의 위험성은 임 신-출산-출생과정에서 AZT라는 예방약을 사용하는 ACTG 076프로그램을적용하면 태어날 아이의 감염률을 8%로 낮출 수 있다』고 밝히고 『이같은 예방법을 좀 더 발전시키면 2%까지 낮출 수 있을것』으로 전망했다.
그밖에 매춘이 유일한 생계수단인 빈곤국 여성들이 에이즈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 지구촌 에이즈 근절을 어렵게 하는 주요인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한편 1회용 주사기의 자유로운 판매가 새로운 이슈로 대두됐다. 의사처방전에 의해서만 주사기를 구입할 수 있는 선진국에서는약물중독자들이 하나의 주사기를 공동으로 사용함으로써 에이즈를 전파시키는 주요 요인이 된다는 것.그러나 1회용 주사기를 자유롭게 판매하면 약물중독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딜레마 때문에 이번회의에서는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밴쿠버=황세희 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