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KGB요원 출신 7명 "세계 도시 안내서"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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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뉴욕에서의 비밀 접촉은 브롱크스 동물원의 사자 우리 앞이 최고다.』 『런던에서 미행을 당하고 있다면 해로즈 백화점으로 들어가라.』 옛 소련 정보기관인 KGB의 해외첩보원 출신 7명이 최근 함께 펴낸 「KGB의 세계 도시 안내서」에 나오는 내용중 일부다.
AP 통신은 3백쪽 분량의 이 「안내서」가 22일 모스크바에서 출판되자마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60년대 뉴욕.런던.방콕.카이로.멕시코시티.파리.로마 등지에서 각각 스파이로 활동하다 이제는 작가.저널리스트등으로 변신한7명의 KGB 요원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첩보원의 시각에서 본 도시 안내서.각 도시의 문화 .풍속은 물론역사.문학등도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어 큰 인기라고 AP는 평했다. 런던을 소개한 미하일 류비모프는 『스파이라면 자신이 활동하는 도시 전체를 자기 손바닥 보듯 구석구석 알고 있다』며 『도시 소개라면 스파이가 최적임자』라고 적고 있다.
이 책은 또 첩보 활동의 에피소드와 후일담까지 곁들이고 있다.예컨대 고(故) 니키타 흐루시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방문했을 때 흐루시초프가 탄 엘리베이터 문이 경호원이 타기 전에 닫혀 버려 경호원 은 86층까지 뛰어 올라갔다고 한다.
스파이 활동중 돈이 떨어져 곤욕을 치렀던 일,너무 맛이 있어다음날 약속을 잊어버릴 정도였던 「프로방스 지방의 조개 요리」등도 소개됐다.
저자들은 또 외국의 도시가 얼마나 깨끗하며 식당의 메뉴는 얼마나 다양한지,사람들은 얼마나 친절한지 등등을 부러움과 함께 알리고 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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