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교과서 노동 관련 내용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내 중.고교 교과서의 노동 관련 내용이 너무 한쪽에 치우치거나 단순화돼 있어 균형잡힌 시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동부 산하기관인 노동교육원은 29일 7차교육과정 중.고교 사회교과서 22종을 분석한 결과 많은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노동교육원의 주장=우선 근로자의 파업을 '폭동'또는 '과격시위'등 지나치게 갈등론의 시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중학교 사회교과서(170쪽)에서 근로자가 "더 이상 못살겠다.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 줘라"고 요구하자 국가가 "노동자와 사업주 간의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다간 노동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겠어"라고 서술돼 있다는 것. 근로자의 임금인상 요구도 물가상승이나 실업과 연결시켜 다루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교 사회교과서(244쪽)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10대들에게 유리할까 불리할까?'라는 제목의 글에서 "1990년대 초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청소년 근로자를 3~4명 수준으로 줄였다"는 뉴욕 타임스 기사가 인용돼 있다. 교육원은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최저임금제의 근본 취지를 무시하고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의 주 원인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5일제 도입에도 고교 경제교과서(100쪽)를 보면 "놀이문화만 발달하고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며 생산성을 뒷걸음치게 할 우려가 있다"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는 것이다.

◇재계의 반박=재계는 "교과서 내용 중 일부 문제가 있긴 하지만 교육원의 지적이 모두 올바른 것도 아니다"고 반박한다. 노사분규를 지나치게 갈등적으로 묘사하거나 미래의 유망 직업을 단순화한 부분은 교육원의 지적에 일리가 있지만 사회복지 제도나 임금 인상,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문제점은 실제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박성준 연구원은 "복지제도를 시행하면서 '복지병'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히 '도덕적 해이'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朴연구원은 또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인상은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측면도 있지만 기업의 비용부담 증가, 물가인상, 고용감소 등의 부정적인 면이 있으므로 교과서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정철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