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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펀드, 내 주식은…” 개미들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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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발 악재로 국내 금융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지며 주가와 원화 값이 동반 급락했다. 유가증권 시장은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16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04.45포인트가 빠져 1373.47까지 하락했다. [연합뉴스]

16일 국내 주식투자자들의 가슴에는 시커먼 멍이 들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코스피지수가 90포인트나 떨어지자 공포가 밀려왔다. 주식을 산 직접 투자자도, 펀드에 가입한 간접 투자자도 넋을 잃었다. ‘매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투자자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증권사마다 “내 펀드, 내 주식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특히 중국 증시에 투자한 사람들은 자포자기 심정이 됐다. 상하이지수 2000선이 무너지자 이왕 이렇게 된 거 더 두고 보자는 심정도 생겼다. AIG 보험 고객들은 “내가 든 보험은 괜찮은지”라는 걱정으로 하루를 보냈다.

2006년 말 동부증권의 중국 펀드에 가입한 김모(43·회사원)씨는 “지난해 10월 말까지만 해도 수익률이 180% 정도가 돼 투자를 잘했다고 웃었는데, 1년 사이에 이렇게 고꾸라지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상하이지수는 최고점에 비해 지금은 3분의 1로 떨어졌다.

중소기업 S차장(41·서울 목동)은 중국 펀드를 환매하지도 못하고, 더 돈을 붓지도 못하는 처지다. 그는 지난해 11월 중국 펀드가 고점에 도달했을 때 많은 돈을 투자했다. 그는 “중국 펀드가 유망하다는 소리에 솔깃해 투자한 내 책임이지만, 가입할 때 위험 요인을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은 증권사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해외 금융섹터 펀드에 투자한 이모(38·회사원)씨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리먼브러더스나 메릴린치 같은 안전한 투자처로 지목됐던 글로벌 투자은행(IB)에 투자한다는 말을 듣고 지난해 중순께 쌈짓돈 1000만원을 투자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지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때 돈을 뺄까 고민했지만 좀 더 두고 보자고 판단한 게 잘못이었어요.”

결국 금융섹터 투자펀드는 올 들어 현재까지 38.9%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는 “돈이 아깝지만 수업료를 낸 셈 치고 앞으로 좀 더 신중히 투자해야겠다”고 허탈해했다.

국내 주식에 직접 투자한 사람들 상당수는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난해 중순 대한전선 주식을 주당 4만8000원에 100주 산 문모(43·주부)씨가 이런 부류다. 이 주식은 16일 2만5300원으로 떨어졌다. 거의 반 토막이 난 것이다. 그는 “투자한 돈의 절반이 날아갔기 때문에 잊어버리고 그냥 묻어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더 이상 손해보지 않으려고, 중도에 처분한 투자자도 있다. 중견기업 대리 K씨(35)는 이날 3년 전에 샀던 정보기술(IT) 주식을 절반이나 손해보고 팔았다. 그동안 미국 경제위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떨어지다 이날 10% 넘게 더 하락하자 견디지 못했다.

그는 “미국에서 기침을 하니 한국은 독감에 걸린 꼴”이라며 “왜 미국에서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나 같은 개인투자자가 치명타를 입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펀드 손실이 더 커지면 펀드 환매가 늘어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해외펀드 투자 열기가 높았던 때가 지난해 10월이라 1년이 되는 다음달이 펀드 환매의 1차 고비가 될 수 있다. 만약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펀드를 환매하면 ‘주가 급락→불안 가중→환매 증가’의 악순환이 올 수 있다. 삼성증권 김종훈 차장은 “공포가 시장을 뒤덮을 때는 이리저리 휘둘리지 말고 냉정하게 시장을 두고 보면서 견디는 것도 위기를 헤쳐가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윤·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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