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yle] 가격은 시장 … 패션은 명품 … 깐깐한 ‘프라브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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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의 내년 봄·여름용 의상 발표회에서는 밝고 화사한 분위기의 파스텔톤 의상이 소개됐다. 미국의 스타 디자이너 중 하나인 패트릭 로빈슨이 디자인했다. [신세계 인터내셔날 제공]

광고회사에 다니는 알렉산드라(29)는 스타일을 즐기는 뉴요커다. 맨해튼 5번가의 갭-콜레트 매장 앞에서 만난 그는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예상했다”며 웃었다. 미국의 대중 브랜드 갭은 프랑스 파리의 고급 편집매장 콜레트와 손을 잡고 9월 6일부터 10월 5일까지 딱 한 달간 뉴욕과 파리에서만 ‘갭-콜레트’ 브랜드를 단 옷과 향수 등을 판매한다. 이를 사러 나온 뉴요커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것이다.

알렉산드라는 “갭은 가격이 싸서 부담 없는 브랜드예요. 이전에도 여기서 필립 림 같은 유명한 디자이너들과 협업으로 내놓은 멋진 셔츠를 산 적이 있죠. 그런데 이번엔 콜레트잖아요. 파리에 가지 않아도 콜레트처럼 감각 있는 매장의 무언가를 살 수 있다는 거죠. 남과 다른 뭔가를 찾는 사람이라면 기다려서라도 찾을 만한 곳이죠”라고 말했다.

2006년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는 “(패션)시장이 성숙하면서 대중 브랜드가 고급 라인을 선뵈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출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흐름을 타고 등장한 것이 이른바 ‘프라브(PRAV, Proud Realisers of Added Value)족’이다. 값비싼 브랜드가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이면서 자신의 개성과 잘 맞는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프라브족이 이번 뉴욕 패션 위크에서는 ‘뚜렷한 정체성’에 주목했다.

갭-콜레트 매장 외에도 알렉산더 왕(24) 같은 젊은 패션 디자이너가 이런 흐름에 동참했다. 뉴욕의 패션학교인 파슨스 재학 중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론칭한 알렉산더 왕은 아이돌 같은 곱상한 외모와 발랄한 언변으로 현재 뉴욕에서 주목받는 스타 디자이너다. 패션잡지 보그의 미국판도 그에게 관심이 크다. 그의 팬을 자처하는 유학생 이선영(30)씨는 “소위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보다는 싸고, 평범한 기성복보단 디자이너의 개성이 또렷해서 좋다. 게다가 멋진 디자이너가 만든 옷을 입는다는 자부심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인 디젤도 정체성을 높이기 위해 ‘블랙 골드 라인’을 들고 뉴욕 패션 위크에 참가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윌버트 다스(45)는 “블랙 골드는 ‘검은 황금’, 즉 오일(oil)이다. 기름때 묻은 청바지 같은, 기존의 명품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럭셔리를 창조했다”고 설명했다.

뉴욕=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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