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여행>디즈니의 마법적 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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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생쥐 한마리의 꿈과 더불어 시작됐던 월트 디즈니.『라이언 킹』『미녀와 야수』『인어공주』『알라딘』….동화속 주인공들은 월트디즈니의 재정을 두둑하게 만드는데 얼마나 공헌해왔던가.
재미있는 것은 거의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디즈니의 새 만화영화들이 교육적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는 사실.하기야 서슬퍼런폭력과 가슴졸이는 선정성이 난무하는 일본 만화에 견준다면 유익하기 이를데 없다.그런 심정적 동조는 유럽도 매 한가지다.그러한 막연한 호감은 『디즈니의 마법적 음악』이 불러일으켰던 불가해한 선풍에서도 짐작된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이 음반은 빌보드 크로스오버 차트에서 26주 이상이나 베스트 10안에 머물러 있었다.이 음반이 그만큼훌륭해서일까.디즈니의 최근 대표작 네 작품에서 가려뽑은 곡들은사실 음악적으로 정밀하게 조율돼 있지는 않다.
안됐지만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 배려도 별반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좀더 다가앉게 만드는 것은 그 낙천적인 오락성에 있다.그 낙천성은 『알라딘』의 장난꾸러기 거인지니와 조금 닮아 있는데 「나와 같은 친구」는 정말이지 즐거운합창곡이다.신시내티 팝스의 연주는 늘 기대치 이 상이고 『인어공주』의 명곡 「당신 세상의 일부」를 부르는 아리엘 공주의 목소리는 오리지널 이상으로 예쁘다.
한가지 주의할 점.이 음반은 철저히 「영화를 본」 사람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디즈니 영화를 보지 않았던 분이라면 이 「소란스런」 이중창과 합창,그리고 오케스트라 연주에 갈피를 못 잡을지도 모른다.
서동진 (음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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