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진정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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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급등하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9월 위기설이 잠잠해지며 채권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이번 주 고정금리형(3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7.74~9.24%로 지난주에 비해 0.2%포인트 떨어졌다.

올 4월 중순 0.21%포인트 떨어진 이후 주간 단위의 하락폭으로는 5개월 만에 가장 크다. 이 은행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은 5월 초 6.23~7.73%에서 이달 초 7.95~9.45%로 넉 달간 1.72%포인트 폭등했다.

하지만 고정금리형 대출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발행 금리가 꺾이면서 지난주 이후 하락세를 타고 있다. 3년 만기의 AAA등급 은행채 금리는 지난달 25일 연 7.29%까지 치솟았으나 11일 현재 6.98%로 떨어졌다.

또 외환은행의 이번 주 초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97~8.67%로 지난주 초보다 0.12%포인트 하락했고, 신한은행의 경우도 현재 7.80~9.40%로 지난주 초에 비해 0.17% 떨어졌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지난달 중순 이후 상승세를 멈췄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이번 주 변동금리형 대출 금리는 6.55~8.05%로 지난달 25일 이후 4주째 같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대출 금리가 급등세를 멈추기는 했지만 큰 폭으로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은행채 금리 급등을 불러온 은행의 자금난과 신용 위험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금리 하락 속도가 빠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금융연구원은 14일 보고서를 통해 대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1년 전에 비해 6조2000억원가량 늘어났고, 이로 인해 실질 민간 소비는 2.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올 한 해 동안 가계가 부담해야 할 대출이자 규모는 약 46조7000억원으로 2004년보다 17조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연구원은 추산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금리가 오를 때 특히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소비를 줄이는 효과가 크다”며 “소득 중하위 계층의 소비 여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세나 재정지출 확대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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