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랑 자전거 타고 해안도로 달려봤어요? 아니면 말을 하지 말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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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걷기 매니어들은 자전거에 대한 충성도 또한 높다. 유재천 씨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이미 걷기 전도사로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워크홀릭과 이미 한번 인사를 나누었던 바 있다. 유재천 씨가 청소년 교육을 위한 방안으로 활용하는 것은 비단 걷기만이 아니었다. 그는 청소년들과 함께 열심히 페달을 밟는 자전거 마니아기도 했다. (이전 기사 참조 워크홀릭(walkholic) 릴레이 인터뷰 (3) - 뚜버기 유재천, 청소년들과 함께 길을 나서다 )

Walkholic(이하 WH) 청소년 걷기 전도사이면서 동시에 하이킹에도 관심이 많다고 하시니 또 찾아왔습니다.
유재천(이하 유)- 걷기를 좋아하는 이유와 자전거를 좋아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같습니다. 문명사회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교통수단이 너무 편리해졌잖아요. 그러다보니 여행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죠. 현대인은 주로 자동차를 이용해서 여행을 편하게 즐기기를 바랍니다. 그런 만큼 직접체험을 통해서 얻는 즐거움이 별로 없죠. 평소에도 몸이 굳어 있는데 여행을 가서까지도 사실은 마찬가지란 얘기예요.
그런 점 때문에 저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되도록 몸을 많이 움직일 수 있는 여행의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자신이 직접적인 활동을 통해서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여행 및 수련활동을 가짐으로서 학교에서나 집에서 배우지 못하는 얻지 못하는 체험을 해보는 것이죠. 제가 가장 선호하는 여행은 걷기순례나 자전거 하이킹입니다. 집과 학교, 학원을 벗어나 자신이 직접 길을 걷거나 달리다 보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끈기가 생기거든요.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는데도 큰 도움을 얻습니다. 걷기나 자전거 여행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것이거든요. 그 여행일정을 통해 힘든 여건에서도 스스로 참고 이겨내다 보면 자신감이 남달라집니다.
단체로 움직이다보니 공동생활을 통해서 서로 화합하고 이해하고 양보하는 학습도 하게 되고요. 또한 정해진 일정의 참여를 통해 계획적인 생활을 해봄으로써 새로운 건강함을 맛볼 수 있지요.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라서, 활동적이고 건강한 추억을 만들어주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제주도 자전거 여행은 그에 부합하는 아주 훌륭한 아이템입니다. 컴퓨터와 텔레비전 없이는 하루도 못 살 것 같다는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해변을 달리는 중에는 게임 생각이 전혀 안 난다고 해요. 흐뭇한 일이지요.

WH 청소년들과 하이킹 행사를 정기적으로 벌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유- 지난 1994년부터 시작해서 2008년 8월 현재까지 15년간 계속해서 주최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는 매년 2월말 봄방학 기간 동안과 8월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실시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너무 바쁘게 생활하니까 학기 중에는 도저히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아요. 방학 때라고 물론 한가한 건 아닙니다만, 그래도 요새 중앙일보 워크홀릭을 비롯해서 여러 언론에서 걷기나 자전거의 중요성을 부각시켜주니 꽤 도움이 됩니다. 덕분에 호응이 아주 높아졌거든요.
부모들의 참여가 적극적이다 보니 앞으로는 노는 토요일(놀토)를 이용해서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는 하이킹 여행을 기획해볼 생각입니다. 이번 8월에 다녀온 제주도 하이킹 행사가 무척 성공리에 이루어져서 학부모들의 신청이 더 많아졌어요. 아이들에게 좀 더 건강한 삶을 제공하고 가르치고자 하는 화랑단의 활동이 세상에 좀 더 알려지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여러모로 즐겁네요.

WH 주로 제주도에서 하이킹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유- 자전거 체험여행의 가장 중요한 선택기준은 청소년들이 얼마나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자전거만 계속 타는 것은 좀 지루할 수 있잖아요. 학생들이 보다 많은 탐방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더 좋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점에서 제주도가 알맞은 장소였어요. 제주도라고 하면 아직까지도 장거리 여행의 설렘을 느끼게 하는 장소니까요.
헌데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어요. 자전거 전용도로가 정비돼 있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겁니다. 제가 지금껏 다녀 본 중에는 그나마 제주도가 가장 괜찮았어요. 청소년 참가자들이 차량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으면서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는가, 이게 첫 번째 조건이거든요. 워낙 관광도시이다 보니까 편안하게 숙식할 수 있는 여건도 잘 갖춰져 있고요.
또 참가자들이 자전거를 가지고 직접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현지에서 자전거 대여가 가능해야 합니다. 제주도에는 괜찮은 자전거 전문임대 업체가 많아서 무척 편리합니다. 요즈음 제주도에서는 청소년들을 비롯해서 가족 단위, 대학생 등 수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체험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특히, 여름 동안에는 제주도 해안도로를 중심으로 해서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멋쟁이들이 많아요. 여건이 된다면 가을에라도 한번 도전해보시길 권합니다. 해안도로를 타고 달리는 자전거 여행은 해보지 않으면 절대로 알 수 없는 기쁨이 있으니까요.

WH 서울이나 근교에서 청소년들이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그래도 한 두 곳 정도는 있을 텐데요. 제주도까지 움직이기 어려운 분들아 주말 자전거 여행을 나서기에 적당한 장소를 소개해주세요.
유- 서울에서는 광나루에서 행주대교에 이르는 한강시민공원 자전거 코스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가장 추천할 만합니다. 그 외에는 강화도의 해안도로를 이용해서 강화역사박물관 초지진 광성보들을 탐방할 수 있는 코스가 있고, 넓은 호수를 끼고 즐길 수 있는 일산호수공원, 미사리 조정경기장 주변도 괜찮지요.

WH 아이들과 하이킹 할 때 주의할 점이 있을 텐데요.
유- 당연히 제일 주의할 점은 안전문제죠. 자전거를 이용해서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코스가 서울주변에서는 아주 부족하고, 그에 따른 장애물이 많아 잘못하면 크게 다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이에 따른 하이킹을 즐기는 코스에 대한 사전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고 자전거를 이용할 때 필요한 각종 부속장비 (헬멧, 의류, 장갑 등)를 잘 챙겨서 이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헬멧은 혹시 넘어졌을 때 머리를 보호할 수 있는 보호 장치이고 장갑은 오랫동안 자전거 핸들을 잡고 활동할 때 손을 보호해줍니다. 장갑을 우습게 여기고 안 끼면 손이 아주 아파요. (웃음) 그리고 땀을 잘 흡수하고 배출할 수 있는 기능성 티셔츠 및 바지를 갖추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전거 안장은 대부분 딱딱해서 오랜 시간 동안 엉덩이를 이용해서 활동하다보면 엉덩이가 아파서 못 타게 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 자전거 안장위에 덮을 수 있는 안장보호 덮개가 있어서 약간의 충격흡수를 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주거든요. 작은 배낭을 이용해서 수분을 공급해줄 수 있는 물통, 약간의 간식, 수건, 간단한 의약품 등도 준비해두면 아주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죠.
또한 여러 명이 함께 자전거를 이용할 경우에는 앞사람과 뒷사람과의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간격유지가 안되어서 자전거가 서로 부딪칠 경우는 부상을 당할 염려가 있으니까요. 횡단보도가 있는 경우는 교통신호를 꼭 확인 후 이동해야 하고요. 자전거 전용도로가 없는 경우는 코스 중간에 전봇대 및 기타 장애물들이 설치되어 있어 전방의 시각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는 이런 장애물과 부딪혀서 갈비뼈 및 머리 등을 크게 다칠 수 있으니 세심한 주의를 요합니다. 또한, 도로의 인도를 이용할 경우 자동차 도로와 높낮이가 있어서 넘어질 경우 자동차도로로 넘어지면 팔이 부러지는 등 크게 다칠 수 있어서 이에 대한 대비를 하면서 자전거를 즐겨야 한다는 걸 명심해야 합니다.

WH 청소년 하이킹 행사를 통해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요?
유- 첫 번째는 숫기 없던 아이들이 전에 없던 자신감을 가졌다는 것입니다. 힘들 것만 같았던 자전거 여행이 힘든 여정을 끝까지 참아내면 완주 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생긴 것이죠. 앞으로도 여러 힘든 환경과 과정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이나마 깨달았을 거예요.
두 번째는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해안 절경을 가진 곳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직접 보고 체험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재 가지고 있는 자연을 환경을 철저히 지키고 가꾸어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됐는데 이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는 부모님과 함께 하면서 집에서 느낄 수 없었던 부분들을 얻었다는 겁니다. 일부 참가 학생들은 부모님도 같이 하이킹을 했거든요. 그러면서 소원했던 가족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하고 뿌듯하답니다.
네 번째는 서로의 체험여행을 통해서 남을 이해하고 격려하고 도움을 주면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성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죠.

WH 하이킹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불만이 있거나 개선됐으면 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유- 일본이나 중국을 가보면 자전거를 이용해서 출퇴근 및 여가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무척 많습니다. 그만큼 자전거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자전거 문화가 교통의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는 증거죠.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전거를 이용하여 즐길 수 있는 도로 및 편의시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특히, 서울지역에서는 위험을 각오하고 즐겨야 하는 실정이죠. 한강시민공원 등은 자전거뿐만 아니라 인라인 동호인들과 걷기동호인들이 뒤섞여서 잘못하면 다칠 수 있어요.
제 생각에는, 일반도로를 건설할 때 인도를 넓게 설치하여 이중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들면 좋을 것 같네요.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이 많으면 자동차로 인한 매연이 줄어들어 환경문제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자전거 운동을 통해 성인병 등이 줄어들어 국민건강을 증진할 수 있고 의료비용도 많이 줄일 수 있잖아요. 더욱 지금의 유류상승으로 인하여 국가경제에도 크게 문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류비를 크게 줄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앞으로 자동차 도로를 넓히는 정책보다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걷기운동 및 자전거 활동을 즐길 수 있는 도로정책을 펼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큰 공원에도 자전거로 운동할 수 있는 코스를 별도로 마련해주었으면 합니다.

WH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유- 차후에는 제주도뿐만 아니라 자연경관 및 많은 문화유적을 가지고 있는 여러 도시들을 답사해서 자전거 여행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아이들에게 보다 풍성하고 건강한 체험여행을 안겨주는 것이 저희들 목표니까요. 찬란한 신라문화유적을 가지고 있는 경주, 외세침략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려고 몸부림을 쳤던 강화도 전적지 등 찾아보면 아이템은 많아요. 걷기와 자전거문화를 보다 많은 청소년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열심히 뛸 거예요. 부담 없는 걷기운동을 통해 건강을 증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코스를 개발하여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고, 걷기운동을 좀 더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신발, 의류, 만보기 등 각종 물품 등을 선정, 공동구매하여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대로 쭉 노력한다면, 머지않아 자전거를 이용해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서해안과 남해안, 동해안까지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오겠죠?

워크홀릭 담당기자 설은영 e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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