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한국의역군들>5.천문대 최철성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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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신비로 가득찬 우주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오고 있다.각종 빛의 파장으로 전달되는 이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우주신비의 베일을 한꺼풀씩 벗겨가고 있다.
천문대 천문관측연구부 최철성(崔喆星.36)박사도 이 작업에 골몰하고 있는 한 사람.그는 국내 유일의 X선 천문학자다.
X선 천문학은 별이 방사하는 X선을 연구해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는 분야.
지구 대기권을 뚫지 못하는 X선의 특성 때문에 70년대 지구밖 인공위성에서 별을 관측하게 되면서 X선 천문학 연구가 비로소 본격화됐다.이제까지 밝혀진 X선 방사 천체는 6만여개.
인공위성에 실린 X선 관측시스템을 통해 이들 천체의 시간별 X선 방사량을 광자 단위로 파악,이를 스펙트럼 분석함으로써 그별의 가스 분포 상황.온도등 천체의 물리적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 그러나 우주천문학은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 때문에 미국.
일본등 일부 선진국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崔박사는 우주천문학의 꿈을 외로이 키워왔다.
『이론적으로만 존재했던 블랙홀이나 중성자성(中性子星)의 실체확인은 모두 X선 천문학 덕분입니다.또 기존 별들도 X선 관측을 통해 새로운 면모를 밝혀낼 수 있게 됐습니다.X선 천문학이우주를 보는 새로운 창을 제공한 셈이지요.』 그가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미개척 분야라는 한가지 이유 때문.진부한 것보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찾는 자신의 스타일에 꼭 맞는다는 생각에 86년 연세대 천문기상학과 졸업후 대학원에서 X선 천문학을 전공하고 94년 일본 도쿄(東京)대 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아직까지 崔박사의 연구는 미국.일본등으로부터 공개된 X선 관측 데이터를 얻어 연구하는 수준이다.
『우리만의 독창적인 연구를 하려면 X선 관측 위성을 보유해야만 합니다.』 이같은 그의 주장에 요즘에야 미약하나마 반향이 왔다. 내년 9월께 우리나라가 발사할 2단 과학로켓에 X선 관측시스템이 처음 실리게 된 것이다.국내에선 처음 제작하는 것이라 어려움도 크지만 꿈이 한단계 실현됐다는 기쁨에 힘든 줄 모르고 신바람나게 일하고 있다.
『로켓을 이용한 X선 관측은 기껏해야 2~3분 정도여서 실제연구에 필요한 데이터를 충분히 얻을 수는 없습니다.실제 이번에제작하는 X선 관측시스템은 선진국의 70년대 수준에 불과합니다.하지만 언젠가 인공위성에 탑재될 고성능 X선 관측시스템 제작에 중요한 밑걸음이 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지요.』 우리나라가 최근 인공위성 사업을 활발히 추진함에 따라 그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2000년대초 발사될 과학위성 하나쯤에는 X선 관측시스템이 탑재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휴일도 없이 올빼미처럼 연구에만 매달리다보니 천문대 최고령 총각 타이틀은 자연히 그의 몫이다.
대덕=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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