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잡이 개발 '수도권 허파' 중병-광릉수목원 훼손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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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수도권의 허파」 경기도 광릉수목원이 폭발적인 차량증가와 주변지역의 무분별한 개발로 극심한 대기.수질.소음공해에 시달리고있다.이에따라 산림청은 광릉수목원을 관통하는 도로를 폐쇄하고 지방자치단체에 각종 개발사업 자제를 촉구하는등 광릉숲 보전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주변훼손=경기도포천군소흘면 광릉수목원을 관통하는 314번 지방도로상의 직동2교 부근 산허리와 계곡.온통 목재로 꾸민 호화 음식점과 물레방아가 도는 카페.레스토랑,수십개씩의 객실을 갖춘 러브호텔등이 10여동 몰려있다.광릉수목원 서 쪽 경계를 살짝 벗어난 고모리~송우리로 이어지는 좁은 도로 양쪽에도 대지3백~4백평 규모의 유흥 위락시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수목원경관을 해치고 있다.2㎞에 이르는 이곳에만 최근 2년동안 1백여동의 음식점과 호텔.공장이 들어섰 다.그러나 하수정화시설이 없어 광릉수목원을 지나는 봉선사천으로 악취를 풍기는 희뿌연 하수가 그대로 흘러들고 있다.주민 金모(57)씨는 『저녁이면 유흥업소의 휘황찬란한 불빛을 찾아 곤충들이 몰려들어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며 『밴드 소음도 동물의 서식환경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수목원 동쪽 남양주시능내동과 남쪽 별내면등에도 아파트와 음식점.공장등이 계속 들어서 수목원이 주변 산림과 단절되는외로운 「생태섬」이 되고있다.
임업시험장에 따르면 수목원 주변에 새로 들어선 시설물은 음식점이 1백59곳,공장.회관 69곳,여관.호텔 15곳,아파트 9곳등 모두 2백52개에 이르고 있다.
이에대해 서울대 양병이(楊秉彛)교수는 『94년1월 준농림지역개발이 허용된데다 군사보호지역으로 묶여있던 광릉숲 입구지역 22평방㎞가 94년6월 해제되는 바람에 무분별한 개발이 촉진됐다』고 지적했다.
◇차량증가및 오염=임업시험장이 지난 5월31일부터 6일간 광릉숲을 지나는 314번 지방도로의 통과차량수를 조사한 결과 평일에는 하루 평균 4천6백여대이나 휴일에는 2배인 9천2백여대로 집계됐다.이 가운데 단순 통과차량이 75%안팎 이었다.이에따라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인 아황산가스의 대기중 농도는 85년3ppb수준이던 것이 89년에는 9ppb로 높아져 수목에 생리적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10ppb에 육박하고 있다.
소음도 평균 60㏈을 나타내고 있어 이곳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에 피해를 주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이에따라 광릉숲에 서식하는생물감소 경향이 뚜렷해 조류는 그동안 기록된 1백57종중 96년 현재 58종만 관찰됐고 포유류는 서식했던 2 7종 가운데 94년이후 늑대.여우.표범등 12종은 발견되지 않았다.
◇우회도로 구상=5일 산림청 임업연구원 주최로 열린 「광릉숲보존을 위한 심포지엄」에서는 경기도 광릉내~축석간 314번 지방도로중 수목원을 지나는 구간을 폐쇄하는 대신 새로운 우회도로를 건설하는 방안이 공개됐다.

<그림 참조>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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