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맡기면 매달 일정 금액 대출…逆모기지론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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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집을 가진 사람이 은행에 집을 담보로 맡기고 최장 15년 동안 연금처럼 매달 일정액을 대출받아 쓸 수 있는 '역(逆) 모기지론'이 다음달 국내에 등장한다.

모기지론은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목돈을 대출받아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갚아나가는 것인 데 비해 역 모기지론은 집을 가진 사람이 장기로 조금씩 대출을 받아 쓴 뒤 나중에 한꺼번에 갚는 상품이다.

신한은행 상품개발실 김경환 차장은 28일 "집은 있으나 은퇴 후 일정한 소득이 없는 퇴직자가 늘면서 집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생활비를 대출받고자 하는 수요가 늘었다"며 "이런 고객을 겨냥해 다음달 10일께 조흥은행과 공동으로 역 모기지론 상품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의 역 모기지론 상품은 고객이 주택을 맡기면 은행이 근저당권을 설정해 담보를 확보한 뒤 최장 15년 범위 안에서 1~3개월 단위로 정기적으로 대출을 해준다.

대출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에 연동하거나 고정금리를 선택할 수 있다. 지난해 10.29 부동산대책 이후 대출기간이 10년 이상일 경우 담보인정비율이 60%로 제한돼 있어 대출한도는 집값의 50% 안팎으로 정해질 전망이다.

예컨대 시가 4억원짜리 33평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연 6% 이하인 CD 연동금리로 2억원을 10년간 역 모기지론으로 대출받으면 매달 125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4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2억원을 한번에 빌려 조금씩 나눠 써도 되지만 이럴 경우 목돈을 대출받기 때문에 역 모기지론을 이용할 때보다 이자 부담이 훨씬 커진다. 대출받은 뒤 집값이 오를 경우 대출금을 늘릴 수도 있다. 만기 때는 대출금만 갚으면 굳이 집을 팔지 않아도 된다.

金차장은 "역 모기지론은 1990년대 중반 일부 은행에서 판매했으나 집을 은행에 넘겨야 한다는 노년층의 거부감 때문에 판매실적이 부진해 흐지부지된 바 있다"며 "그러나 최근 들어 주택을 자녀에게 상속하기보다 본인의 노후 생활안정에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층이 두터워져 상품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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