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중국 연극, 한국서 실험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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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패왕가행’엔 중국 현대 연극을 대표하는 리우커둥 무대 디자이너, 리우지엔증 조명디자이너가 참여해 모던한 형식을 보여줄 예정이다. [국립극장 제공]

 중국 연극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중국 국가화극원의 ‘패왕가행(覇王歌行)’이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11일부터 사흘간 공연된다. 국가화극원은 2001년 창단됐지만 이전 중국 청년예술극원과 중앙실험화극원이 합쳐진 예술단체다. 우리로 따지면 국립극단에 해당하는, 중국의 대표적 극단인 셈이다.

사실 중국은 경극·곤극 등 전통극이 강한 데 비해 서양식의 정통 연극은 크게 주목받지 못해 왔다. 그러나 이번 ‘패왕가행’에선 중국 연극의 실험적 요소가 얼마나 강렬하게 표출되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다. 무대는 천장부터 바닥까지 흰색의 전통 한지가 뒤덮고 있다. 사건의 진행에 따라, 또한 배우들의 심리 변화에 따라 한지 위엔 여러 가지의 모형과 색깔이 겹쳐진다. 포스트모던한 접근이 아닐 수 없다.

대형극 위주의 중국 연극 스타일과도 판이하다. 출연진은 달랑 4명뿐이다. 특히 장하오란 배우는 의상의 변화 없이 1인 13역을 소화한다.

내용은 항우를 전면에 내세운다. 유방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9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각 장면은 모두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다룬다. 다만 항우를 무조건 예찬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겪었던 고뇌, 혹은 방황 등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도 새롭다.

연출가는 중국 최초의 연극학 박사로 불리는 왕샤오잉(52)이다. 국가화극원 부극장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금껏 중앙무대에서 주로 활동하면서도 탐색과 전위적 기법을 최대한 활용해 ‘전방위 연출가’로 손꼽혀 왔다. “자연계는 ‘적자생존’이지만 우리가 종종 약한 자가 번성하고 강한 자가 도태되는 현상을 목격하곤 한다. 항우를 통해 인간 사회의 ‘역도태’를 꼬집고 싶다”는 게 연출가의 변이다. 02-2280-4115.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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