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외국인 직접투자 효과 별로, 지나친 '당근' 정책 재고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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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1997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유치에 경제운용의 사활을 걸고 있는 것 같다.

최근에는 국내에 직접 투자하는 외국기업에 대해 투자액의 최대 15% 만큼을 현찰로 돌려주겠다는 지원책까지 내놨다.

개방경제에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외국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론(異論)이 있을 수 없다. 외국인 투자를 통해 고급 기술과 경영능력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국내경제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일반론 수준의 기대효과를 넘어 그동안 외국인 투자가 한국경제발전에 실제로 얼마나 기여했고 또 앞으로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단 통계를 살펴보자. 정부 공식통계를 보면 외국인 직접투자는 금융위기 이전 (91~97년)에 연평균 24억달러에서 금융위기 이후(98~2002년)에는 연평균 120억달러로 거의 5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외자유치액이 2002년에 91억달러 2003년에 65억달러로 크게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의 속내용을 들여다보면 공식통계에 나타난 숫자를 놓고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신고액 기준이다. 신고한 다음에 투자하지 않을 수도, 신고액보다 적게 할 수도, 또 늦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각 나라의 국제수지표상에 드러나는 실제 지불액을 사용한다. 이 통계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외국인 직접투자는 연평균 59억달러다. 정부 공식통계에 비해서는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그렇다면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직접투자가 급증한 것은 자산매각 때문이었고, 현재 직접투자가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팔 만한 자산을 다 팔았거나, 국내기업들이 더 이상 자산을 무작정 내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걱정하기보다는 반길 일이다.

실제 외국인 직접투자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국내총투자에서 외국인 직접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5% 이내고 국내총생산의 1~2%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외국인 직접투자에 파격적 대우를 해준다면 무언가 국민경제에 질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기여를 하기 때문이어야 하는데 그것이 실제로 무엇인지 확실치 않다. 그보다는 국내 기업부문에 '당근'을 줬다가는 개혁정책의 후퇴로 비칠까봐 외국 기업에 매달린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중국 현대화의 대부 덩샤오핑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고 말했다. 외국인투자가 가져올 혜택에 대한 지나친 환상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쥐를 잘 잡을 수 있을지를 실용적 관점에서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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