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국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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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관광업계 사람들은 요즘 한국관광산업을 「자전거」에 빗대어 말한다.페달을 잠시라도 밟지 않으면 금방 쓰러질 정도로 허약하기때문이다.
지난해 우리의 해외여행객수는 3백80만명.89년 해외여행 자유화이후 매년 20% 늘어나고 있다.2000년에는 당초 전망치인 7백만명을 넘어 1천만명에 달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반면 외국인 방문객수는 지난해 3백75만명 을 기록한 후 줄어드는 추세다.
해외여행자를 막을수만은 없는 일이고 보면 결국 여행수지 적자를 줄이는 길은 외국 관광객을 더 많이 불러오거나 국내의 레저시설을 제대로 확충,해외여행 수요를 줄이는 길뿐이다.
문화체육부 서정배 관광국장은 『외국에 나가지 말라고 하기 어려운 만큼 들어오는 외래관광객을 늘릴 수밖에 없다』며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관광산업정책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한다. 한국관광공사의 효율성도 개선될 점이다.문체부와 함께 한국관광의 한 축을 형성하는 한국관광공사의 낮은 생산성은 국제적으로도 알려져 있다.세계관광기구(WTO)가 발표한 「80개국국가 관광기구의 예산규모와 효율성 분석」에 따르면 한국 관광공사는 효율성면에서 최하위권인 62위에 랭크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객 한명을 유치하는데 우리는 12달러29센트를 썼다.반면 홍콩 2달러82센트,일본은 4달러17센트였다.일본보다 3배가량의 돈을 쓰고도 업계로부터 『해외홍보에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볼멘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이 다.관광공사를 작지만 효율적인 기구로 만들어야 하고 직원들을 관광전문가로훈련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이 수치로 제시된 셈이다.
업계의 자율성 확보도 중요하다.
2년전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 관광업계 관계자들의 오찬간담회에서 한 호텔사장은 『1년간 정부로부터 받은 각종 지시문서가 1천4백건이나 된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해 주목 받았다.규제를완화해주어야 호텔업계의 자율성을 높여 가격을 할 인해 경쟁력을높일수 있다는 것이 호텔업계의 주장이다.
서정호 앰배서더호텔 사장은 『호텔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각종 규제완화는 물론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금융.세제지원이 필요하다』며 『호텔업을 사치업종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전국에 4천2백여개나 난립해 있는 여행사들도 대부분 영세하고「구멍가게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일반여행업협회 김영수 사무국장은 『관광업을 「굴뚝없는 공장」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지금까지 공장대우를 받은 적은 한번도 없다』고 말한 다.
손대현 한양대 관광학과교수는 『관광업에 대한 규제가 여러 부처로 나뉘어 있다는 점도 경쟁력약화를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예로 2002년 월드컵때 충분한 숙박시설을 짓기 위해 제정하는 「관광숙박시설 지원특별법 제정」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문체부는 호텔을 주거지역에서도 지을 수 있고건폐율을 높여주자고 주장하지만 건설교통부는 이에 대해 반대하고있는 실정이다.관광호텔 하나 지으려면 건축법.도시계획법등 수많은 법에 맞추어야 하니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얘기다.
한 여행사 간부는 『이런 식으로 관광에 대한 규제가 여러 부처로 나뉘어 혼선을 일으키기보다 차라리 한 부처가 힘을 갖고 오히려 규제해줬으면 좋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관광업계의정서를 전했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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