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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가 방범 취약…범죄·질병에 '구속된 자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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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 강남역 인근 오피스텔에 사는 이유주(40·일러스트레이터)씨는 8년 전 독립생활을 시작한 이후 외부 소리에 민감해졌다. 강도나 화재 등 비상 상황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현관문에 보안 장치가 있지만 거듭 확인할 때도 많다. 감기 같은 잔병도 혼자 사는 이에게는 ‘적’이다. 이씨는 “몸살로 갑자기 꼼짝할 수 없던 경험을 하고 나니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다”고 말했다.

6년째 혼자 살고 있는 회사원 황진아(31·서울 등촌동)씨도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혼자 사는 친구와 현관문 비밀번호를 교환하고 안부를 챙긴다”고 말했다. 질병이나 범죄에 대한 두려움은 혼자 사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유를 찾아 독립한 독신자들도 불안과 외로움에 빠지기는 마찬가지인 것이다.

◆‘불안한 자유’=지난해 여성정책연구원 김혜영 박사팀이 결혼하지 않은 1인 가구 12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4%는 월소득이 200만원 이하였다. 또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2005)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1인 가구 중 오피스텔이나 아파트에 사는 경우는 24.6%에 불과했다. 74.5%는 단독주택(다가구 포함)이나 연립주택 등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곳에 살고 있었다.

경찰대 행정학과 표창원 교수는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원룸과 다세대 밀집 지역은 방범시설이 부족하고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아 침입강도·절도 사건의 발생이 많다”며 “생활 패턴상 밤 시간 인적이 드문 곳에 혼자 있는 일이 잦아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노인은 위험 요인이 더 많다. 표 교수는 “힘없는 노인은 대처가 늦기 때문에 피해가 크다”며 “정보가 부족해 사기 범죄에 쉽게 연루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노인 범죄 피해자는 2003년 전체 범죄 건수의 6.1%인 74만4243명에서 2006년 7.7%인 98만3214명으로 증가했다.

외로움도 1인 가구를 위협한다. 여성정책연구원 김 박사팀의 연구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다수는 우울함과 외로움 같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지만 대부분 술을 마시거나 울거나 참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곤란한 점으로는 ‘경제적 불안감’과 응급 시 대처, 외로움이 꼽혔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조맹제 교수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독신가구는 사람들과 교류가 뜸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며 “병에 걸려도 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상태가 악화한다”고 설명했다.

◆경제 능력 없으면 ‘예비 빈곤층’=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인 김성호(51·가명)씨는 15년 전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다. 5년 전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은 이후로 거의 일을 못하고 있다. 부양 가족이 없어 번 돈도 술값으로 쉽게 써버린다.

가족과 사회의 지원에서 소외된 1인 가구는 빈곤층에 편입되기 쉽다. 2007년 말 현재 전체 기초생활수급자 중 60%는 1인 가구다. 이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돈은 최대 월 38만7611원이다. 일할 능력이 있으면 지원액은 더 적다.

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은 “저학력·저소득의 40~50대 남성 1인 가구는 취업이 힘들어 사기 범죄에 연류되거나 노숙자로 전락한다”며 “이럴 경우 사회적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취업교육 등 실효성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쉬쉬하는 노인의 성=5년째 혼자 사는 이모(68) 할아버지는 올 초 등산길에서 우연히 만난 50대 여성과 술을 마시다 성관계를 했다. 두 달 후 그는 손바닥·발바닥 등 온몸에 뾰루지 같은 것이 났다. 병원 진단명은 매독. 그는 “처음 성병에 걸렸다”며 “주변에 창피해 말도 못했다”고 말했다.

의료기술 발달과 건강 관리 덕에 성생활을 즐기려는 노인이 늘고 있다. 하지만 성적 욕구를 해소할 대상과 공간은 거의 없다. 사회도 ‘노인의 성’에 무관심하다. 이 때문에 음성적인 매춘을 하다가 성병으로 고통받는 노인이 적지 않다.

건강보험관리공단에 따르면 성병에 걸린 사람 수는 2001년 37만1047명에서 지난해에는 33만6298명으로 9.4%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성병에 걸린 65세 이상 노인은 4957명에서 1만1685명으로 136%나 급증했다. 노인의 성 문제를 다룰 사회적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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