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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염문설 뿌리는 총각 국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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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아름다운 바다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있는 나라. 카지노의 천국. F1 자동차 대회가 열리는 곳.

세계적인 요트 휴양지, 그리고 세금 천국. 지중해 남부의 작은 대공국 모나코의 인상이다. 이 나라는 할리우드 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아들 알베르 2세 대공이 지배한다.

따뜻한 지중해 연안 출신인 모나코의 알베르 2세 대공은 극지에 호기심이 많다. 환경운동 차원에서의 관심도 있지만, 직접 탐험하는 것도 좋아한다.

2006년 4월 16일 부활절에 직접 북극점에 닿아 북극 정복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북극을 탐험한 인물이 됐다. 2005년 7월에는 극지방인 북극해에 있는 노르웨이령 스피츠베르겐 섬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홍콩 올림픽승마경기장에서 모나코의 알베르 2세 국왕이 여자친구 샤를린 위트스톡과 2008 베이징 올림픽 승마 장애물 단체 결승전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하는 동안 그는 모나코라는 이름이 붙은 거대한 빙산에 가기도 했다. 군주의 지위와 자금력을 이용해 남들이 가지 못하는 극지방을 취미 삼아 여행 다니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행동이 조그마한 모나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래야 관광객이 계속 몰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그의 재산은 14억 달러로 세계 왕족 재산순위 9위다. 그의 재산은 부동산과 앤티크 자동차, 그리고 고가 우표에 집중돼 있다. 그리고 몬테카를로의 카지노를 비롯한 국영기업의 지분도 적지 않다. 700년간 모나코 대공 자리를 유지해 온 그리말디 가문의 재산이다.

알베르 2세 대공은 환경에 대한 관심을 실천으로 드러낸다. 그는 하이브리드카를 몬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올해 4월 유엔환경계획(UNEP)으로부터 ‘2008년 지구환경대상(Champion of the Earth)’을 받았다. 환경재단을 설립한 공로다.

알베르 2세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더 이상 과거처럼 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 사람들은 앞으로 몇 년 안에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며 “각국 정부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나코는 토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바다를 간척해 부동산 개발사업을 할 계획이다. 그래서 알베르 2세는 이중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여배우들과 데이트하며 관심 끌어

할리우드의 스타 그레이스 켈리의 아들인 그는 바람둥이로 유명하다. 전 세계의 유명한 모델, 여배우들과 데이트를 하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할리우드 여배우 브룩 실즈와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모델 클라우디아 시퍼도 그의 데이트 상대에 들었다.

앤지 에버하트, 캐서린 옥센버그, 그리고 빅토리아 즈드록도 있다.이렇게 많은, 그리고 대단한 상대와 염문을 뿌리고도 정작 결혼에는 이르지 못한 것에 대해 그가 동성애자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이런 주장을 부인해 왔다.

그는 1994년 마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그런 소리를 들었을 때는 재미있었지만, 몇 해 동안 계속 그런 소리를 들으니 이젠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혼외 정사로 두 명의 아이가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모나코에 관광 왔던 미국 여성과 사이에 태어난 16세 소녀 재즈민과 아프리카 토고 출신의 에어프랑스 승무원과 사이에 얻은 다섯 살짜리 아들 알렉상드르가 그들이다. 가톨릭 공국인 모나코의 법에 따르면 정식 혼인을 통해 태어나지 않은 이들에겐 왕위 계승권이 없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섹스 영화 스타’라고 표현한 독일 톱 클래스 모델 베아 피들러도 자신이 낳은 아이가 알베르 2세의 자식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혈액검사 결과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알베르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엽색 행각을 벌여온 방증이라며 눈살을 찌푸린 사람도 많았다. 연예인만 있는 게 아니다. 그가 스페인 펠리페 왕세자의 처제인 텔마 오르티스 로카솔라노와 데이트를 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2005년 10월 독일 잡지 분테가 이런 내용을 첫 보도했으며, 다음달 프랑스의 일요신문인 ‘프랑스 디망슈’가 이를 따라 보도했다. 하지만 그는 프랑스 디망슈의 보도가 오보라고 주장하면서 이 신문을 사생활 침해 혐의로 고소했다.

2006년 2월 겨울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그는 남아공 출신의 올림픽 수영선수 샤를렌 위트스톡과 동행했다. 두 사람은 모나코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인 몬테카를로 그랑프리에도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해 9월에는 연례 가족 무도회인 레드크로스볼에 함께 나왔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결혼설이 파다하다. 알베르 대공의 두 누이 카롤린과 스테파니도 파격적인 이성관계와 이혼 등으로 한때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다. 특히 스테파니는 자신의 변덕스럽고 예측 불가능한 돌출 행동이 어머니와 함께 당했던 교통사고 때문이라고 주장해 왔다.

스테파니는 1982년 9월 13일 어머니인 그레이스 켈리가 손수 운전하며 산길을 달리다 추락사고를 당했을 때 차 안에 함께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이튿날 숨졌다. 스테파니는 그 뒤 극심한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켈리가 운전 공포증이 있었는데도 이날 운전을 했으며, 운전 중 일종의 발작을 일으켜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차에 타고 있던 딸 스테파니가 마땅치 않은 남자친구와 사귀는 것을 놓고 모녀 간에 말싸움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소문도 있었으나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물론 스테파니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알베르 2세 대공은 모나코의 주요 산업인 금융업과 관련해 돈세탁과 세금회피를 원하는 사람들의 자금을 받아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올해 2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을 방문한 알베르 2세에게 독일의 탈세 추적에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메르켈 총리는 특히 모나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공정 세금관행 지침을 준수해 줄 것을 촉구했다. 말이 촉구지 리히텐슈타인과 함께 유럽 내 조세회피지의 하나로 꼽히는 모나코에 압력을 가한 것이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리히텐슈타인 금융기관에 자금을 빼돌린 독일 부자들의 탈세 혐의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 조사를 다른 곳으로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그리고 OECD는 올해 2월 초 리히텐슈타인, 안도라와 함께 모나코를 ‘비협조적인 조세회피지’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의 금융기관에 대해 세금 포탈을 조장하는 비밀주의 관행을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14억 달러의 재산을 관리하고 불려야 할 알베르 2세 대공은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물론 본인은 펄쩍 뛰고 있지만 말이다.

어머니는 할리우드 스타 그레이스 켈리 

이 바람둥이 총각 대공이 올해 안에 결혼한다면 모나코 왕가에서 레니에 3세와 할리우드 스타 그레이스 켈리가 결혼한 지 52년 만에 이뤄지는 국혼이다. 이 두 사람의 아들인 알베르 2세는 결혼하고 싶을 때 하겠다며 아직도 법적으로 총각 상태를 유지해 왔다.

알베르는 어머니에 대해 각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어머니의 25주기를 맞아 모나코에서 그레이스 켈리의 연애 편지, 스냅 사진, 영상물, 의상, 보석 등을 모아 특별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24세 때 모친을 잃었던 그는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어머니는 어머니의 역할에 충실하려 했다. 당시 아침을 먹다가 아버지로부터 사고 소식을 들었다.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나의 어머니는 모나코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

숱한 여성과의 연애를 비롯한 그의 튀는 행동이 왠지 모나코를 유명하게 만들려는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었나 의구심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채인택 중앙일보 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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