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단백질 복제약’ 시장 노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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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바이오기업 제넨텍이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은 화학적으로 합성된 물질이 아닌 항체단백질이다. 유방암세포만 절묘하게 없애버리는 약효 때문에 해마다 매출이 늘고 있다. 단백질 표적치료제로 불리며 지난해 전 세계에서 5조원어치가 팔렸다.

독일 머크의 대장암 치료제 얼비툭스도 대장암 세포에만 작용하는 단백질 표적치료제다. 합성신약 항암요법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효능이 뛰어나 2012년 2조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이 같은 항암 표적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16조원에 달했다. 2006년에 비해 48%나 성장한 수치다.

바야흐로 단백질 의약품 전성시대다. 항암제는 물론 봇물처럼 쏟아지는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제도 단백질 의약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들을 위협하는 상대가 생겼다. ‘바이오시밀러’로 불리는 단백질 복제약이다. 주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1조원 이상 팔리고 있는 단백질 의약품의 특허가 2010년을 기점으로 줄줄이 끝나기 때문에 이 시장을 대체하려는 복제약들이다.


베인앤컴퍼니 코리아의 이혁진 이사는 “항체의약품이 워낙 고가에 팔리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특허가 끝나는 대로 바이오시밀러들이 대거 출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항체의약품은 엄청난 고가라는 단점을 안고 있다. 얼비툭스의 경우 환자 한 명당 연간 투약비용이 6000만원에 달한다. 워낙 비싸다 보니 의료보험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연간 3800만원이 들어가는 허셉틴의 경우도 유방암 4기 환자에게만 보험이 적용된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2∼3%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형편이 어려운 환자는 구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서철원 서울아산병원 교수(종양내과)는 “항체의약품은 치료 효과가 탁월하지만 의료보험 적용이 제한적이어서 다수의 환자들이 혜택을 보기는 힘들다”면서 “기존의 효능을 유지하면서 가격이 싼 바이오시밀러의 등장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때마침 국내 바이오기업이 유방암 치료제와 직장암 치료제, 류머티스성 관절염 치료제 등 일곱 가지의 바이오시밀러를 2011년 출시하겠다고 9일 밝혔다. 셀트리온은 유방암 치료제의 경우 이를 만들어낼 동물세포 라인을 만들었고, 생산 공정을 개발한 뒤 현재 동물실험 중이다. 나머지 여섯 가지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동물세포 라인도 완성됐다고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이 회사 서정진 회장은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대규모 동물세포 배양시설을 갖추고 있어 세계 어디에서든 경쟁력 있는 가격의 약을 만들 수 있다”며 “한국은 신약개발 능력 면에서 다소 뒤지지만 바이오시밀러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천 송도에 세계적인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는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2012년 525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올해 매출은 866억원이 예상된다.

또 다른 바이오기업인 이수앱지스도 최근 혈전생성방지 항체의약품을 출시한 데 이어 고셔병(유전성 대사장애 질환) 치료제 등 난치병 치료에 쓰일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심재우 기자

◆바이오시밀러(Bio-Similar)=화학물질로 만든 합성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출시되는 복제약을 제네릭이라고 부른다. 생물학적으로 완전히 똑같이 작용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단백질 복제약은 같은 동물세포에서 같은 DNA로 만들더라도 단백질의 구조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 비슷하다는 의미의 바이오시밀러 또는 바이오제네릭으로 지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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