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에 찬 소비자는 기업의 침묵에 흥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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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사이버 공간의 소비자 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기업체나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는 순기능이 크지만, 특정 언론 광고불매운동이나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블랙슈머’ 등 비이성적인 행태도 골칫거리다.

KT 미디어본부의 이영렬(사진) 상무는 “기업이 온라인상의 소비자 불평에 적절하게 대응하면 당사자는 물론이고 구경꾼 네티즌까지 우군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9일 문화체육관광부 직원들 앞에서 ‘인터넷 댓글과의 소통 기술’에 관해 강의한 자리에서다. 경영학 박사인 그는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인터넷상의 소비자 불평에 대한 대응’이란 영문 연구보고서를 낸 이 분야 전문가다. 다음은 강연의 주요 내용.

◆소비자는 ‘무대응’에 분개=섣부른 개입이 오히려 화를 부를까 봐 온라인상의 불평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업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불평 글을 올린 소비자나 이를 읽는 네티즌은 기업의 무대응에 분개한다. 네티즌 6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다른 사이트로 옮겨 가 비슷한 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불만의 확대재생산이다.

◆네티즌과 다투지 말아야=억울하다는 생각에 불평 글을 올린 네티즌을 공격하는 일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불평자는 자기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아전인수 격의 반박을 한다. 구경하는 네티즌 또한 사실관계를 냉철하게 따지기보다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적극 설명해야=문제를 조기 진화하려면 소비자에게 관심을 표해야 한다. 사실이 잘못됐을 경우 적극 설명한다. 포털의 검색광고를 활용할 수도 있다. 가령 기저귀의 표백성분이 문제가 됐을 경우 ‘기저귀’ ‘표백제’ 등의 단어를 검색하면 해명이 담긴 자사 홈페이지가 포털 검색화면 맨 위에 뜨도록 하는 것이다.

◆잘못은 즉각 인정=기업의 잘못이 명백할 때는 책임을 인정하는 글을 올린다. 적절한 보상과 시정조치를 약속하면 네티즌은 해당 기업에 대해 전보다 좋은 이미지를 품을 수도 있다. 어정쩡한 사과, 부분적 보상책은 오히려 역풍을 초래한다. 납품업체 등 제3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도 금물이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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