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반환앞으로1년>6.홍콩특별구를 이끌 주역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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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홍콩 총독과 정청(政廳)을 대신해 97년 이후 홍콩을 이끌 주역들은 과연 누구일까.
홍콩은 중국의 기존 행정구역,즉 직할시와 성(省).자치구와는전혀 다른 특별행정구(SAR)형태의 독특한 체제로 지배된다.
행정 책임자인 특별행정구 장관과 외교 업무를 맡을 홍콩판사처주임,또 국방을 맡은 홍콩주둔군 사령관등 세명이 서로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홍콩의 장래를 엮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과 리펑(李鵬)총리등 베이징(北京)지도부의 지시.감독을 받는다.홍콩의 일부 언론들은 江주석과 李총리가 홍콩 자치에 부정적이어서 홍콩이 앞으로 수년내최소한 두 차례의 풍파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그림 참조> ◇중국의 지도부=홍콩 언론이 가장 관심을 두는인물은 첸치천(錢其琛)외교부장과 루핑(魯平)홍콩.마카오 판공실주임이다.두 사람은 올해초 출범한 홍콩 특별행정구 준비위의 주임.부주임을 겸임해 「홍콩 미래호(號)」의 방향타를 잡고 있 기 때문이다.錢부장은 외교부장에 임명된 지난 88년부터 크리스패튼 홍콩 총독등 영국측과 마찰이 빚어질 때마다 중국 입장을 훌륭하게 관철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魯주임은 홍콩 인수 업무에 관한 한 중국내에서 견줄 상대가 없을 정도의 전문가다.그는 영국과의 홍콩반환협상(84년)을 3년 앞둔 지난 81년 12월 「1국(國)2체제」구상을 가다듬던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발탁됐다.그러나 그는 69세의 고령에다 지병(위궤양)을 앓고 있고 본인 또한 『홍콩 인수가 끝난 후 조용히 쉬고 싶다』고 말한 바 있어 1~2년뒤 은퇴가 예상된다. 그의 퇴임시 홍콩.마카오 판공실 천쯔잉(陳滋英)부주임 또는 유럽담당 외교부 부부장 왕잉판(王英凡)등이 뒤를 이을 전망이다. 이와함께 준비위 위원으로 선임된 웨이푸린(외福臨)인민해방군 총참모장,톈치위(田期玉)공안부 부부장,천위안(陳元)중국인민은행 부행장 등도 해당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장관=홍콩인 선거인단 4백명에 의해 선출된다.선거인단을 주민 투표로 뽑을지,아니면 중국 당국이 임명할지는 아직결정되지 않았다.해운왕 둥젠화(董建華.59)가 현 시점에서는 가장 유력하다.동방해외(東方海外)그룹 회장인 董은 지 난 1월홍콩특구준비위(PC)발족을 기념한 사진 촬영때 江주석으로부터 홍콩인 가운데 유일하게 악수를 요청받을 정도로 중국측의 신임이두텁다는 후문이다.
온화한 성격과 중도 성향,국제적 지명도에다 홍콩정청 근무경험까지 갖춰 영국.대만으로부터도 호평받고 있다.
홍콩정청의 제2인자인 천팡안성(陳方安生.56)도 잠재적 후보이나 행정장관 바로 밑의 정무사장(司長)에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항일전쟁의 영웅인 팡전우(方振武)장군을 할아버지로 둔 陳方(陳은 남편 姓)여사는 34년간 정청내 요직을 두 루 거쳤으며대중적 인기도 높다.
◇외교부 홍콩판사처 주임=중국 국무원에서 직접 파견돼 사실상홍콩내 중국대표 역할을 수행한다.
현재 장언주(姜恩柱.58)주영국 대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다.장쑤(江蘇)성 출신(江주석과 同鄕)인 姜은 지난 66년부터12년간 영국에서 외교관으로 일했다.홍콩 인수 준비예비위원회(PWC)부주임으로 지난 93년 중.영 반환협상의 중국측 대표로활약하는 과정에서 江주석의 눈에 들었다고 한다.
PWC위원이었던 홍콩 시사지 경보(鏡報)의 사장 쉬쓰민(徐四民)은 『姜은 홍콩문제에 밝은데다 보기 드문 유럽통(通)이어서97년 이후의 외교업무를 합리적으로 잘 처리할 것』이라고 후한점수를 주었다.
◇홍콩주둔군 사령관=홍콩인들이 가장 주의깊게 지켜보는 홍콩주둔군 사령관에는 류전우(劉振武.52)소장(少將)이 일찌감치 내정됐다.劉는 후난(湖南)성 출신으로 61년에 입대한 인물.
지난 1월 정식 편성된 홍콩주둔군은 육.해.공군을 합쳐 약 8천명 규모에 불과하나 군 간부들은 중국 각지의 1백개 부대에서 선발된 정예들이다.홍콩주둔군은 중앙군사위 지휘아래 홍콩 방위만을 책임진다.다만 홍콩 특별행정구의 요청이 있 고 중앙정부가 허가할 경우에는 치안 유지에도 투입된다.
베이징=문일현 특파원 홍콩=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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