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취미>옹기수집-이종목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땅 위에 앉을 망정/하늘보고 살으렸다/솟는 햇살/기운 달빛/몸속으로 잉태하며/사무친 기다림을/입 열어 말을 할까?/ 침묵의 언어로 스스로를 다스리며/속으로 채운 정성/부끄럽듯 둥근배가 새색시/초산보다 더욱 고운 항아리여」 취미생활 가운데 송골송골 맺힌 보석같은 정서를 시(詩.제목『항아리』)로 승화시키고 있는 이종목(李鍾睦.53.서울광진구구의동)씨.문학성이나 작품의 완성도를 따지기 이전에 그가 옹기를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경기도포천에 있는 그의 주말용 주택은 5백여점의 전통옹기로 둘러싸여 흙냄새가 가득하다.전남목포가 고향인 그의 옹기수집 취미는 1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젊은시절 출판사에 근무하다 집 짓는 일을 죽 해왔습니다.이제는 거의 손떼고 있지만….그런데 서울생활을 하다보니 왠지 늘가슴 한편이 허전했어요.곰곰 생각해보니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인 것 같더군요.』 어릴때 외할아버지댁 장독대에 널어 말린 생선을 된장에 찍어 먹던 일,다른 반찬 없이 뚝배기에 절절 끓는 된장찌개 하나로 배불리던 시절이 떠올라 옹기를 모으기로 작정했다고.
더욱이 시골 선머슴이나 어부들의 거무튀튀하면서도 건강한 얼굴과 어머니의 따뜻하고 아늑한 품속을 동시에 연상시킨다는 점도 옹기를 수집대상으로 삼는데 한몫했다.젊을때 유도.합기도 등 운동을 한 탓에 정서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도 이 유가 됐다.
『처음에는 옹기 종류가 그렇게 많은줄 몰랐어요.단순히 뚝배기.약탕관이나 장독대만 연상했는데 하나 둘 모으다보니 가짓수가 엄청나요.고상한 품격의 도자기보다 투박한 옹기가 더 매력적이구요.』 그가 모은 옹기류는 수저통.젓갈통.떡시루.소줏고리(증류식으로 소주를 만들던 기구).밥솥.물통.연적.술병.등잔.유병(油餠.머릿기름통).굴뚝 연통 등 용도로 따지면 수십가지(대부분50~1백50년가량 됐다)에 이른다.옛날에는 옹기로 만들지 않은 생활용품이 거의 없었다는 그의 설명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된다. 편리한 생활에 젖어 고향의 풋풋한 흙냄새를 잃어가는 세태가 안타깝다는 그.시짓는 법을 한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지만 옹기를 주제로 한 시집을 한번 내보라는 문학평론가 출신인 교회목사의 권유에 힘을 얻어 요즘에는 열심히 시를 쓰고 있다.
환갑때 2백수(首)정도 담긴 시집을 낸다는게 그의 목표.현재80수가량 써놨다.
*수집요령 1.서울 장안평.인사동이나 황학동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 이천과 분당에도 수집상이 생기고 있다.
2.가급적 용도가 다른 옹기를 모은다.
3.같은 종류는 지방별로 특색이 다른 걸 수집한다.소줏고리는경상도와 전라도 제품의 고리 모양이 약간 다르다.
4.빛깔과 무늬,희소성에 따라 가치가 좌우된다.
김명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