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네개의 기질' 전막 초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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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금세기 최고 안무가의 한사람으로 손꼽히는 「네오 클래식 발레」의 창시자 조지 밸런친(1904~83)의 대표작 『네개의 기질』 전막이 국내에서 초연된다.
발레의 대중화를 꾀하며 지난해 창단된 서울발레시어터(단장 김인희)가 29일.30일 서울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갖는 두번째 정기공연 레퍼토리 가운데 첫 작품으로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밸런친의 작품은 지난 84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지난해 유니버설 발레단과 국립발레단등 국내 발레단에서 일부 소개된 바 있고 모나코 왕립발레단과 미국 스타스 발레단 내한공연 때 본격적으로 선보였다.하지만 국내 발레단에 의해 전 막이 공연되기는 이번이 처음.
밸런친의 안무는 규칙과 이야기 중심의 고전발레와는 달리 줄거리보다는 동작에 비중을 둔 추상적이고 시적인 발레가 특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러한 밸런친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원형전수를위해 통일된 기준을 만들어 이를 철저히 관리하는 뉴욕의 밸런친재단에 저작권료와 무대작업료를 지불하고 이뤄졌다.또 이 재단의수석지도교사인 비키 사이먼이 내한해 무용수들 을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
이번 무대에 올리는 『네개의 기질』은 고전발레와 모던발레의 중간단계인 네오 클래식 발레의 진수를 보여주는,무용의 표현과 동작에 새로운 전형을 제시한 작품으로 손꼽히고 있다.
밸런친은 또 무용가지만 음악 해석에 탁월한 능력을 지녔던 인물로 수백편의 음악을 춤으로 만들어 「무용계의 모차르트」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였다.『네개의…』도 독일 작곡가 파울 힌데미트의 현대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것이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네개의 기질은 중세 의사들이 인간의 기질을 우울한(melancholic),낙천적(sanguine),침착한(phlegmatic),다혈질인(choleric)으로 구분한 것을 따른 것이다.
말 그대로 첫번째 「우울한」편에서는 슬픔을,두번째 「낙천적」에서는 경쾌한 왈츠로 희망을 나타내보이고 있다.또 「침착한」편에서는 남성 솔리스트들을 위한 안무가 인상적인데 유연성과 표현력을 요구하는 새로운 안무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다혈질」편에서는 충동적 기질을 나타내기 위해 동작의 타이밍에 초점을 맞췄다.
한편 서울발레시어터는 이번 정기공연에서 밸런친의 작품 외에 상임안무가 제임스 전 안무의 『현존 Ⅱ』와 로이 토비아스 안무의 『폴로네이즈』를 함께 공연한다.
29일에는 오후3시30분,7시30분 두차례 공연하며 30일에는 오후6시 공연한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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