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보고 웃다가, 과일 보고 울어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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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 30면

“지난해 같으면 훨씬 붐볐을 때인데…. 올해는 확실히 손님이 적어요.”
6일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 청과 코너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점원 김모(43)씨는 “사과와 배 가격이 오르기는 했지만 그보다는 불경기 탓에 손님들이 소비를 꺼리는 것 같다”며 “추석이 더 가까워져야 손님들이 몰리려나…”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곳에서 파는 선물용 사과는 한 상자에 5만~6만원대. 지난해보다 박스당 1000~2000원 비싸졌다. 단감은 선물용이 아닌 일반 제품이 4개들이 한 팩에 9000원대다.

추석 앞둔 장바구니 물가 알아보니

장을 보기 위해 남편과 함께 왔다는 주부 박정수(45·서울 잠실동)씨는 다음주 초에 제수용품을 사러 다시 나올 예정이라고 했다. 사과·배 같은 과일도 다음주에 좀 더 싸지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차례상 차림에 25만~30만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부담스럽긴 하지만 차례를 안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아낄 수 있는 만큼 아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추석이 다가오고 있지만 즐거움보다 걱정이 앞서는 게 보통 주부들의 마음이다. 올해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땐 특히 더 그렇다. 주가도 금리도 불안하다는데, 추석이라 해도 넉넉한 인심을 자랑하기엔 맘이 편치 않다. 차례상을 차리는 데 드는 돈은 얼마나 될까.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8월 29일을 기준으로 작성한 4인 가족 기준 추석 상차림에 드는 비용은 17만4000원대. 지난해 같은 기준으로 조사한 비용(16만8000원대)보다 3%가량 늘었다. 다른 기관이 조사한 결과도 비슷하다. 농협유통이 조사한 비용은 18만원대로 지난해보다 6% 증가했다.

차례상 대행 가격은 20만원 선
올해는 특히 과일 값이 비싸졌다. 홈플러스 정선희 과장은 “올해 추석이 지난해보다 열흘 이상 빨라 사과는 제사상에 올릴 만큼 크고 빨간 제품을 구하기 어렵다”며 “지난해 정도의 가격을 생각하고 있다면 훨씬 작고 볼품 없는 물건밖에 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고기 값도 많이 올랐다. 지난해 말 한 근(600g)에 6000∼7000원 하던 게 요즘엔 1만원이 넘는다. 국제 곡물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가격이 급상승한 밀가루는 50% 넘게 뛰었다. 그나마 도라지·시금치 등의 야채나 조기 등 생선류 가격이 떨어진 게 다행이다.

어디서 제수용품을 사면 좀 싸게 살 수 있을까. 제수 비용은 유통업체별 가격 차이가 크다. 주부클럽연합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따르면 백화점 물건으로만 상을 차리면 23만원이 넘게 든다. 반면 재래시장 물건으로만 차리면 14만원 남짓이면 된다. 재래시장의 구입 가격이 백화점에 비해 약 40% 저렴한 셈이다. 예를 들어 햇사과 가격이 백화점은 평균 4586원, 재래시장은 1548원이다. 품질 차이가 있기는 해도 무려 세 배 차이다. 한 백화점의 햇사과는 8500원이나 한 반면 가장 싼 재래시장 사과는 700원이었다. 최고급 유기농 두부는 한 모에 3900원이지만 재래시장에서 팔리는 두부 중엔 300원짜리도 있다. 청주나 밀가루 등 공산품의 경우 대체로 유통업체별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 박제선 간사는 “공산품은 대형 마트가 가장 싸고, 과일이나 채소는 재래시장이 가장 싼 것으로 조사됐다”며 “하지만 재래시장은 원산지 표시가 잘 안 된 경우가 많으니 잘 살펴보고 사야 한다”고 말했다.

차례용 음식을 대신 조리해 배달해 주는 온라인 차례상 대행업체도 성업 중이다. 6~10인용 한 상 가격이 20만∼25만원이다. 음식 가짓수가 이보다 많은 비싼 차례상 중엔 30만∼40만원대를 부르는 것도 있고, 저렴한 상품 중엔 9만9000원짜리도 있다. 하지만 제품의 질을 가늠할 방법은 마땅찮다. 대한주부클럽연합회가 전국 54개 인터넷 제수 음식 대행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7개 업체만 식재료에 원산지 표시를 하고 있었다. 음식물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가 절반(53%)이 넘었고, 아이스박스 진공 포장이나 냉장 차량을 이용해 음식물을 배송하는 곳은 7곳밖에 없었다.

박제선 간사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고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차례상 대행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며 “하지만 통신판매업자 신고번호조차 게재하지 않는 업체가 수두룩한 만큼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업체가 믿을 만한 곳인지 알아보기 위해 ^통신판매업자 신고번호 및 영업소 소재지 주소, 전화번호, 이용약관 등을 기재하고 있는지 ^원산지 표시를 하는지 ^공개 게시판을 운영하는지 ^식품 유통기한 등 취급상 주의사항을 표시하는지 ^음식물배상 책임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거래 장터 한번 가볼까
추석 대목을 잡으려는 유통업체들은 9일을 전후해 제수용품 판매전에 돌입한다. 각 지자체가 나서서 여는 농수축산물 직거래 장터도 눈에 띈다. 서울시내 구청들은 9일이나 10일에 1~3일간 자매결연 지역의 농수축산물을 시가보다 10∼30% 싸게 팔 예정이다. 금천구는 8일 시흥 금빛공원에서, 강남구와 광진구는 각각 SETEC와 테크노마트 앞 구의공원에서 9일 하루 동안 행사를 한다.

종로구청 공보팀 조용석씨는 “강원도 횡성군에서 공급받은 1등급 한우 등심을 100g에 5000원 정도에 9~10일 이틀간 팔 계획”이라며 “자매결연 지자체가 이름을 걸고 공급하는 제품들이기 때문에 질과 가격을 자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대규모 장터로는 서울 성내동 농협 서울지역본부에서 9일부터 열리는 ‘농촌사랑 우리농수축산물 큰장터’, 7일까지 과천 경마공원에서 열리는 ‘경마공원 축산물 직거래 장터’ 등이 있다. 할인마트도 9일을 전후해 특판 행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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