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代 이 사람을 주목하라] 6. 한나라 김충환 당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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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다윗이 골리앗을 꺾었다. 17대 총선 최대 이변 중 하나는 서울 강동갑 선거 결과였다.

한나라당 김충환 전 구청장이 탄핵 역풍을 뚫고 3선인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원을 이기리라고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李의원은 물론이고 金당선자 본인도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金당선자는 항상 李의원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다. 서울시 공무원이었던 金당선자를 정치에 끌어들인 사람도, 구청장 선거에 천거한 사람도 李의원이었다. 金당선자는 자신의 책에서 李의원과의 만남을 '운명적'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랬던 그가 정치 거물인 스승을 이긴 비결은 뭘까.

'김충환'을 아는 사람들은 생활 정치의 힘이라고 말한다. 민선 구청장을 세번 하면서 金당선자는 "주민과 함께 하는 행정"을 지상 가치로 내세웠다. 강동구민들은 자전거나 스쿠터를 타고 현장을 살피는 구청장을 시장에서, 골목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카리스마와 거리가 멀다. 군림하기보다 남을 앞세우는 삶을 살아왔다.

일화 한 가지. 경북 봉화가 고향인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서울에서 공부하는 형에게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편지를 썼다. 그런데 그 이유가 유별나다. "장에 가는 아주머니들을 차에 태워 데려다 주겠다"였다. 그가 지닌 이런 정치적 자산은 그를 개혁할 것이 많은 국회로 밀어넣었다.

국회에 들어가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시대에 맞지 않고 사회 현실과 왜곡된 부분을 수정.보완하는 일을 하겠다. 17대 국회의원 중에서 법 개정안을 가장 많이 내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정치도 이제 전문성이 필요하다"면서 "행정과 정책을 다룬 사람으로서 원칙이 존중되는 정치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정치적 꿈은 큰 것 같기도 하고, 다른 정치인에 비해 작은 것 같기도 하다. 국회의원을 두번 정도 하고 '기회가 되고, 당과 시민의 요구가 있으면' 서울시장 선거에 한번 나가보겠다는 것이다. 김충환식 생활정치가 어떤 열매를 맺을지 지켜보는 것도 17대 국회의 관심사 중 하나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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