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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자 음악, 군대서 180도 변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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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이루마(30·사진)의 음악과 인품은 비슷하다.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모난 곳이 없다. 드라마 ‘겨울연가’ ‘여름향기’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끌었던 음악의 분위기가 그대로 그의 성격이다. 열한살때 영국으로 유학, 퍼셀 음악학교와 런던 킹스칼리지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이력과 함께 그는 ‘귀공자’ 이미지로 활동해왔다. ‘감수성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이루마는 2년 전 갑자기 군입대를 선언했다. 영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스물 여덟 늙은 신병이 됐던 그가 2년 2개월의 복무를 마치고 지난달 말 제대했다. 1일 만난 이루마의 이미지는 전과 달랐다. 스스로 “180도 변했다”고 했다. “원래 남에게 마음을 전부 보여주지 않는 성격이었어요. 지금은 서울역에 가서 노숙자를 만나도 두시간 동안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해군 군악대에서 근무하며 그는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군대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조용히 연주하는 게 주된 임무였어요.”

‘겨울연가’ 대신 장윤정의 ‘어머나’, 원더걸스의 ‘소 핫(So Hot)’을 연주했다. “제대 직전에는 군가도 작곡했어요. 인천해역방어사령부의 군가가 제가 작곡한 곡으로 바뀌었죠.” 일정한 주제선율이 편안하게 반복되는 ‘미니멀리즘’ 음악을 주로 쓰던 그에게 군가는 일종의 ‘신세계’였다.

‘겨울연가’와 군가 사이의 차이만큼 군대 생활 초기의 고충도 컸다고 한다. “입대 후 일년쯤 됐을 때인가, 정말 왜 군대에 왔을까를 심각하게 후회했어요.” 긴 외국 생활 때문에 한자투 어법에 익숙하지 못하고, 엄격한 상하 관계도 낯설었던 탓이다. 한국 문화를 제대로 보자는 마음에 입대했던 초심도 흔들렸다. 그때, 군대에서도 여전히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점만이 위로가 됐다고 한다. “군악대의 제 연습실에는 창문도 없었어요. 피아노도 물론 ‘민간’ 피아노보다 좋지 않았죠.”

이 시기에 그는 그동안 자신이 해온 음악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새롭지 않고 단순하다’는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전에는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손쉽게 감동시킬 수 있는지 알고 있었어요. 어렵지 않았죠.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었던 거에요.”

그래서 예전과는 딴판인 음악을 쓰기 시작했다. “강한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부드러움 보다는 드라마 있는 힘을, 고급스러움 보다는 인간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이렇게 쓴 10여곡의 음악을 부대에서 가지고 나왔다.

이루마는 군대에서 스케치한 작품들로 10월 앨범을 녹음하고 11월 전국 투어를 시작한다. 스스로 선택한 군대에서 다양한 인간 관계를 겪고, 삶에 대해 고민했던 이루마의 모습이 담겨있다. 부인의 동생인 탤런트 손태영(28)과 결혼을 발표한 권상우(32)에게 “사람들의 뒷 얘기에 신경쓰지 말아라.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충고할 수 있었던 것도 지난 2년, 그가 겪었던 ‘새로운 세상’이 준 힘이다.

글=김호정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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