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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은 당신 월급통장을 훤히 알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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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대기업에 다니는 20대 사원 K씨는 올 6월 회사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하다 옆자리 은행원들의 대화를 듣게 됐다.

“오늘 ○○회사 조회해 봤더니 상여금 300만원 나왔더라” “친구 오빠네 회사는 월급이 350만원 찍혔다”는 등 거래 기업의 월급과 관련한 내용이었다. 은행원들이 거래 기업의 급여 정보를 알고 있다는 데 깜짝 놀란 K씨는 회사 건물에 입주해 있는 A은행 지점에 자신의 금융 거래 조회 정보를 요구했다. 은행원들이 자신의 계좌를 어느 정도나 열어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2개월에 걸쳐 자료를 받은 결과 K씨가 직접 방문하거나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은행 측에서 통장 입출금 등 거래내역을 조회한 경우가 수십 건에 달했다. 이 중 세 가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첫째는 회사 건물에 입주해 있는 A은행 지점에서 지난해 4월부터 정기적으로 종합 정보 조회를 한 것이었다. 월급통장이 있는 고객은 각종 혜택을 주는 프리미엄 고객으로 선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월급이 들어오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K씨가 다니는 곳은 연간 매출액이 5조원을 넘는 회사로, 임직원 상당수가 이 지점과 거래하고 있다. 은행 측 설명에 따르면 이 지점에선 이 회사 임직원의 급여 지급 상황을 매월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K씨는 “이렇게 자세히 보려면 고객의 동의를 보다 명확하게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금융계에 따르면 연봉제가 정착된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의 경우 직원의 월급통장을 다른 은행에 개설토록 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은행에 개설할 경우 급여 수준이 다른 직원에게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들의 수입이 얼마인지를 조회해 서로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고객의 계좌를 들여다 보는 게 은행권의 일반적인 관행이라는 얘기다.

둘째는 거래한 적이 없는 강남의 한 지점에서 지난해 9월과 올 4월 거래내역, 여·수신 현황 등 14건의 조회를 한 것이다. K씨는 “전직 은행원인 아는 사람에게 어느 은행 대출이 유리한지 물어본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A은행 측은 “해당 지점 직원이 K씨가 대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전해듣고 대출과 카드 발급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회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직원은 K씨에게 직접 대출 권유를 한 사실은 없었다.

셋째는 콜센터 등에서 조회한 것인데 아직도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A은행 관계자는 “카드업무와 관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유를 확인해 고객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씨는 “2개월 동안 확인이 안 된 것은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금융실명제법에는 고객의 금융 거래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처벌할 뿐 은행이 내부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는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좌 개설 등을 할 때 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를 받고 있어 불법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원이라고 해서 누구나 고객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민감한 금융 거래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동국대 강경훈(경영학) 교수는 “구체적인 고객 동의 절차와 활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은행 내부의 통제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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