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에 걸쳐 자료를 받은 결과 K씨가 직접 방문하거나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은행 측에서 통장 입출금 등 거래내역을 조회한 경우가 수십 건에 달했다. 이 중 세 가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첫째는 회사 건물에 입주해 있는 A은행 지점에서 지난해 4월부터 정기적으로 종합 정보 조회를 한 것이었다. 월급통장이 있는 고객은 각종 혜택을 주는 프리미엄 고객으로 선정하는데, 이 과정에서 월급이 들어오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K씨가 다니는 곳은 연간 매출액이 5조원을 넘는 회사로, 임직원 상당수가 이 지점과 거래하고 있다. 은행 측 설명에 따르면 이 지점에선 이 회사 임직원의 급여 지급 상황을 매월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K씨는 “이렇게 자세히 보려면 고객의 동의를 보다 명확하게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금융계에 따르면 연봉제가 정착된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의 경우 직원의 월급통장을 다른 은행에 개설토록 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은행에 개설할 경우 급여 수준이 다른 직원에게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다른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들의 수입이 얼마인지를 조회해 서로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고객의 계좌를 들여다 보는 게 은행권의 일반적인 관행이라는 얘기다.
둘째는 거래한 적이 없는 강남의 한 지점에서 지난해 9월과 올 4월 거래내역, 여·수신 현황 등 14건의 조회를 한 것이다. K씨는 “전직 은행원인 아는 사람에게 어느 은행 대출이 유리한지 물어본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A은행 측은 “해당 지점 직원이 K씨가 대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전해듣고 대출과 카드 발급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회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직원은 K씨에게 직접 대출 권유를 한 사실은 없었다.
셋째는 콜센터 등에서 조회한 것인데 아직도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A은행 관계자는 “카드업무와 관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유를 확인해 고객에게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K씨는 “2개월 동안 확인이 안 된 것은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금융실명제법에는 고객의 금융 거래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처벌할 뿐 은행이 내부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규제는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계좌 개설 등을 할 때 정보 활용에 대한 동의를 받고 있어 불법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원이라고 해서 누구나 고객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면 민감한 금융 거래 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동국대 강경훈(경영학) 교수는 “구체적인 고객 동의 절차와 활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은행 내부의 통제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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