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하기 전 피우던 담배 맡기는 골퍼’ 밉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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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천둥 번개를 피하려고 안전한 곳으로 뛰어가다 되돌아서 캐디(경기보조원)에게 클럽을 던져주면서 “잘 챙겨오라”고 하며 혼자 도망가는 골퍼. 샷을 하기 전에 피우던 담배를 들고 있으라고 하는 사람.


골퍼들의 에티켓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이런 황당하고 몰상식한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중앙일보가 최근 수도권 및 강원도의 5개 골프장 204명의 캐디에게 ‘가장 피하고 싶은 골퍼가 누구냐’고 물어봤다.

◆인격무시형=캐디들은 ‘인격을 무시하는 고객’을 기피 대상 1호로 꼽았다. 전체의 35%가 반말을 하거나 무시하는 듯한 언행을 일삼는 골퍼들을 피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클럽을 집어 던지거나 캐디의 가방을 뒤지는 등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골퍼도 적지 않다고 캐디들은 입을 모았다. 한 캐디는 “내 이름은 ‘언니’가 아니다. 20대 젊은 남성이 ‘언니야’라고 부르면서 반말을 하면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거북이형=진행이 느린 골퍼가 기피 대상 2순위에 꼽혔다. 전체의 29%가 ‘거북이형’ 골퍼를 보조하기가 힘이 든다고 밝혔다. 특히 멀리건(벌타 없이 한 번 더 칠 기회를 주는 것)을 남발하거나 공을 찾는 데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소비하는 슬로 플레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캐디는 “빠른 진행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하고서도 멀리건을 맘대로 주는 사람이 가장 짜증난다”고 답했다. 또 연습 스윙을 세 차례 이상 하는 골퍼도 피하고 싶은 대상으로 지목됐다.

◆네 탓이오형=툭하면 자신의 잘못을 캐디 탓으로 돌리는 ‘네 탓이오’ 형. 전체의 20%가 이런 유형의 골퍼를 피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미스샷을 하고서도 “거리를 잘못 불러줘서 그렇다”며 캐디를 구박하는 사람이 이런 유형에 속한다.

실력이 안 되면서도 “오늘은 왜 이리 안 맞는 거냐”고 계속 물어보거나 “스크린 골프장에선 잘되는데 왜 안 되는 거냐”고 화내는 사람도 캐디들은 견디기 힘들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동반자 앞에서는 점잔을 빼다가도 캐디에게 동반자 욕을 하는 사람도 보기에 좋지 않다고 캐디들은 입을 모았다.

◆양심불량형=4위로는 타수를 속이거나 반칙을 일삼는 골퍼가 꼽혔다. 내기 골프를 하면서 동반자 몰래 스코어를 줄여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이나 초보자의 돈을 따려고 평소 타수를 속이고 알까기(몰래 공을 떨어뜨리는 것)까지 하는 골퍼가 이런 유형이다.

◆제비형·공주형=라운드를 할 때마다 매번 여성 동반자를 바꾸는 골퍼도 캐디들의 기피 대상이다. 응답자의 80%가 “동반 라운드하는 여성이 배우자인지 아닌지 5분 안에 구분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여성 골퍼 가운데엔 미니스커트 등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나오는 골퍼가 기피 대상으로 지목됐다. 또 공주처럼 내숭을 떠는 여성 골퍼도 참기 힘들다고 캐디들은 대답했다.

◆기타 유형=“골프공 하나가 계란 한 판 값이다. 반드시 찾아와라.” 공을 숲이나 계곡으로 날려놓고 찾아오라고 이렇게 으름장을 놓는 골퍼도 적잖다. 초보자가 분명한데도 동반자에게 열심히 레슨을 하는 사람도 꼴불견으로 꼽혔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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