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외교의겉과속>中.충성.보수派 김영남 최고 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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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의 외교는 누가 이끌어 가는가.
북한외교의 대부였던 허담(許錟)이 사라진 지금 북한외교의 간판으로는 역시 부총리와 정치국원을 겸하는 당권력서열 7위의 김영남(金永南.71)외교부장을 꼽지않을 수 없다.
그는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으며 강직하고 예리한 보수성향의 소유자로 알려져있다.철도공무원의 아들로 함경북도에서 태어난 그는 49년 모스크바대 유학생활을 시작,54년 귀국후 당 국제부에 배치되면서 외교계에 발을 처음 내디뎠다.
그후 72년 국제부장,75년 국제담당 비서,80년 정치국원,83년 부총리겸 외교부장이라는 경력이 말해주듯 한길을 달려온 외교통이다.
지난 76년 김정일(金正日)후계구도에 반기를 든 김동규(金東奎)의 숙청에 앞장서기도 해 김정일에 대한 충성도 인정받고 있다. 그는 하위관리들까지 언제 어느 공관에서 어떤 직책을 맡고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해내 외교부직원들이 혀를 내두른다고 귀순외교관 현성일씨는 밝혔다.철두철미한 성격때문에 간혹 김정일의 지시를 완수하지 못했을 경우는 식사까지 거르기 일쑤라 는 전언이다. 당 국제비서인 황장엽(黃長燁.71)은 북한최고의 이론가로주체사상의 1인자.당서열 24위로 사회과학자협회 위원장이자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장.김정일의 대학시절 직접 그에게 주체사상을강의한 스승이기도 하다.
김일성대학 총장을 지냈으며 주체이론가들의 집합소인 주체과학원에 대한 영향력도 막강하다.72년 우리의 국회의장격인 최고인민회의 의장자격으로 비동맹외교의 최전선에 나서 활발한 외교활동을벌이기도 했다.그는 적지않은 영문논문을 발표해 미국학계에서도 지명도가 있는 편.
대외문화연락위원장 정준기(鄭浚基)는 정무원 부총리겸 과학원장을 지낸 인물.54년 모스크바 유학을 끝낸후 당 선전선동부에 배치돼 부부장까지 지냈다.지난 89년 평양에 간 문익환(文益煥)목사를 영접한 장본인이고 文목사가 구속되자 「문 익환목사 구원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당 정치국 후보위원까지 올랐으나 대외문화연락위원장이 되면서 후보위원직에서는 해임됐다.
김용순(金容淳)은 최근까지 당 국제부장.국제비서등 외교계에서일하다 대남비서로 옮겨앉은 외교실세.당서열 27위로 솔직하고 친절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호평과,치밀하지 않고 두뇌회전도 느려외교부에서는 「석두」로 통한다는 등 평이 제각 각이다.
김일성 장례식장에서 김정일의 누이이자 실력자인 김경희를 한 손으로 부축하는 장면이 목격되면서 김정일의 외삼촌이라는 관측이나돌기도 했는데 이 부분은 아직도 확인되지 않고있다.어쨌든 비중있는 실세임에는 틀림없다.
60년대까지 지방의 인민위원회등에 근무하던 그가 외교계에 발을 디딘 것은 70년 8월 이집트대사로 나가면서부터.그후 20여년간 국제부 부부장.중앙위 비서.국제부장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당 국제부장인 현준극(玄峻極.74)은 언론계에서 뼈가 굵은 인물.중국대사와 대외문화연락위 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노동신문의 요직을 두루 거쳐 89년 조선기자동맹 중앙위원장을 지낸 선전통.87년2월부터 당 국제부장을 역임,2년뒤인 88년12월 친정인 노동신문의 책임주필로 복귀했다가 94년12월 다시국제부장에 임명됐다.
당서열 44위의 권희경(權熙京.68)은 60년대부터 외교일선에서 일해온 베테랑.
현재 직책은 당 대외정보 조사부장.이 부서의 주업무는 문자 그대로 대외정보를 조사하는 것 외에 남한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일도 포함된다.72년 44세의 나이로 북한 외교일선의 최요직이었던 옛 소련대사를 역임했던 인물.과묵하고 조용한 성격의소유자라는 평이다.76년부터 외교부 부부장직을 맡기도 했던 그는 다시 옛 소련대사로 발령받아 페레스트로이카의 물결이 요동치던 89년 모스크바를 떠나왔다.
이들보다 급은 떨어지지만 강석주(姜錫柱)외교부 제1부부장도 북한외교의 최대현안인 대미.일 외교실무를 담당하는 북한외교에서빼놓을 수없는 핵심.
90년대 초반부터 북한 외교의 최일선에서 유엔과 미국을 상대로 직접 협상에 나섰다.
김정일로부터 직접 전화지시를 받을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임기응변에 강하고 설득력이 뛰어나다는 평.현재 당 중앙위 후보위원.최고인민회의 대의원직을 겸하고 있는 그는 4형제중 둘째로 형제 모두 승진가도를 달리는 북한 사회의 엘리트가문 출신.그의 부모에 대해서는 알려진게 별로 없으나 형 강석숭은 당 역사연구소장직을 맡고있고 바로 밑의 동생은 국제식량기구(FAO)북한대표인 강석룡.막내동생인 강석목은 김일성대학 역사학교수.
강석주를 받쳐주는 유력자로 김계관(金桂寬)이 있다.60년11월 알제리주재 북한대사관 촉탁직원으로 외교계에 첫 발을 디딘 그는 무려 30여년을 외교일선에서 근무하다 부부장까지 승진한 입지전적 인물.아프리카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때문에 프랑스어에 능통하며 영어도 수준급.
김용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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