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하 유작 "사랑하기 때문에" 클라리넷으로 연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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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명작이 주는 감동은 시공을 초월한다.클라리넷의 거장 리처드 스톨츠먼(44.미국)이 한국 가요의 최고 명곡중 하나로 꼽히는고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연주하게 된 과정도 이같은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스톨츠먼은 이달초 전세계에서 동시발매된 신작 음반 『스피리트』의 9번째 트랙에 『사랑하기 때문에』를 수록했다.당초 스톨츠먼은 ㈜한국BMG의 판촉전략에 따라 국내 가요 1곡을 녹음해 『스피리트』의 한국판에만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후보곡으로 선정된 몇몇곡의 국내 가요를 들어본 스톨츠먼이 『사랑하기 때문에』에 너무나 강한 애착을 보여 정규 수록곡으로 들어가게 된 것.이달초 예술의전당 공연을 위해 내한한 스톨츠먼은 『너무나 선율이 아름답고 인상적이어서 처음 듣는 순간부터 푹 빠져 버렸다』며 『하루 종일 들어도 싫증을 못 느꼈고 아들(19)과 딸(13)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사랑하기…』는 해외 유명연주자의 음반에 수록돼전세계에 알려지는 최초의 한국가요가 됐다.
94년 아일랜드의 플루트 연주자 제임스 골웨이가 김민기의 『아침 이슬』을 녹음한 적이 있으나 이는 한국과 동남아 지역에서판매된 음반에만 수록됐었다.
스톨츠먼의 연주곡 『사랑하기…』는 감미로운 멜로디와 애틋한 감정 표현 등 원곡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고 있다.골웨이가 『아침이슬』을 연주하면서 이 곡에 담긴 시대적.사회적 정서를 전혀 살리지 못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클라리넷 주자 스톨츠먼은 정통 클래식은 물론 팝.재즈 등 모든 장르의 음악을 자기 색깔로 해석해 내는 당대 최고의 크로스오버 연주자로 꼽힌다.
이번에 발매된 『스피리트』는 주로 명상적인 분위기의 음악 15곡을 골라 녹음한 것으로 중세작곡가 폰 빈겐의 『아베마리아』,바흐의 코랄 『오 거룩하신 머리』,듀크 엘링턴의 재즈곡 『컴선데이』 등이 『사랑하기…』와 함께 수록돼 있다 .
『사랑하기…』는 한양대 음대를 졸업한 유재하가 작곡한 발라드곡으로 처음에는 조용필이 불렀다가 87년 가수로 데뷔한 유재하가 직접 불러 큰 인기를 모았다.불운했던 유재하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할 무렵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가 남긴 『사랑하기…』는 지금도 매달 2천여장이 팔려나가는 스테디셀러가 됐고 지난해에는 댄스그룹 DJ덕까지 리메이크하는 등 많은 후배가수들이 이 노래를 다시 불렀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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