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방제회사가 '쥐 위령제'-쥐잡기날 창안한 전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평생을 쥐잡기에 바쳐온 방제전문「쥐박사」가 자신이 희생시킨 쥐.바퀴벌레들의「위령제」를 마련했다.쥐.바퀴벌레 방제전문회사인㈜전우방제 전순표(全淳杓.61.사진)회장이 그 주인공.
『그동안 잡은 1억여마리의 쥐 덕분에 회사가 발전했고 귀한 식량이 축나지 않은데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려 합니다.』 위령제는 쥐띠해인 병자년과 회사 창립 20주년을 맞아 기획된 행사로 15일 오후 동국대에서 굿거리.위령제례.승천제.축포발사 등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全씨가 쥐와 인연을 맺은 것은 61년 농림수산부의 전신인 국토건설대 재해대책계에서 쥐업무를 담당한 것이 계기였다.
영국정부의 양곡저장 피해방지 연구 장학생으로 62년부터 2년간 유학을 다녀온 全씨가 65년 「쥐잡기 날」을 창안하고 집집마다 쥐약을 나눠주며 쥐꼬리를 모으게 하는 등 쥐 전문가가 됐고 73년에는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진짜 「 쥐박사」가 됐다.全씨가 쥐잡기회사인 전우방제를 설립한 것은 76년.
『실패하면 돈을 받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시작,곳곳에서 성공하자 백화점.제과회사 등에서 주문이 잇따라 20년만에 종업원 4천여명에 연간 매출 1백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고 대형빌딩.특급호텔 등은 대부분 이 회사의 고객이다.
아직도 회사 창립 당시 중고로 들여놓은 비품을 사용하고 있을정도로 근검절약이 몸에 밴 때문에 全씨는 구두쇠로도 유명하다.
다 쓴 볼펜심을 보여주는 직원에게만 새 볼펜을 꺼내주고 이면지를 백지상태로 버리는 일은 용납되지 않는다.
강원도정선의 넉넉지 못한 공무원 가정에서 태어난 全씨에게 절약은 어릴때부터 생활 그 자체였던 것.66년의 결혼자금도 영국유학중 장학금을 절약해 모은 돈으로 충당했을 정도.
全씨는 환갑의 나이지만 『첨단기술연구를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우리의 방제기술을 세계에 알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강갑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