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한국 불교미술사" 펴낸 김영주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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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불교미술은 조형미.회화미를 추구한 단순한 예술이 아닙니다.
당대의 불교 교리.신앙,즉 시대이념이 농축된 고도의 사상체계지요.』 미술사학자 김영주(金玲珠)씨.그가 나이 50에 펴낸 『한국 불교미술사』(솔출판사)는 삼국시대 불교의 수용부터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까지 한국 불교미술의 흐름을 정리한 책이다.불교교리,생소한 한자 등이 걸려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움이따르지만 우리 문화의 가장 큰 원류를 이루는 불교미술을 가급적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지식은 공유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전문가들이 독차지하는 지식은 생명력을 상실했다고 봐요.서너번 고쳐쓰면서 관심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조선시대의 불교미술이 빠진 것에 대해 金씨는 한국 불교미술은 고려시대에 마무리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예술성에서 볼 때 조선의 미술은 불교에서 유교로 주도권이 넘어간 시기입니다.조선시대에도 불상.불화들이 제작됐지만 이전의수준에 크게 뒤떨어져요.』 중점적으로 거론된 작품은 통일신라의불국사.석굴암과 고려시대의 불화와 청자.「우리 것 은 아름답다」는 소박한 차원을 넘어 불교의 수용과 이념변화에 따른 미술의변천을 당시 사회상과 함께 아우르며 난해하다고 생각하기 쉬운 불교미술의 안팎을 친절하게 안내한다.일본.중국 불교미술을 포함,1백30장에 이르는 원색사진도 金씨 의 성실한 준비를 엿보게한다. 『고대미술의 특징은 한마디로 활달함과 자신감입니다.지금으로선 도저히 짐작못할 만큼 찬란한 세계를 창출했지요.석굴암의본존불을 보세요.마치 신성한 기운이 서린 육체를 대하는 느낌이들지 않습니까.』 완벽한 조형미에 사상성이 겹치면서 일 종의 초월적 경지에 도달했다는 설명이다.반면 그는 불화와 청자의 극성기를 이뤘던 고려 미술은 고도로 장식성이 강한 예술로 몰입했다고 말한다.섬세한 불화의 색놀림이나 청자의 유려한 색과 선 속에는 현실도피적인 탐미주의가 내포돼 있다는 것.그래서 그는 고려의 화사한 미술에서 오히려 중세적 비애와 우수를 읽어낸다.
『고려미술의 화려한 세계는 조선후기 민중예술로 이어집니다.민화의 극채색,자수화의 탁월한 색채감각은 고려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어요.21세기 문화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바로 이같이 축적된 전통에서 열쇠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金씨는 『토지』의작가 박경리(朴景利)씨의 외딸이자 시인 김지하(金芝河)씨의 부인.연세대 사학과와 대학원을 거쳐 바로 강단에 섰으나 김지하씨와의 결혼,그리고 남편의 잇따른 투옥과 병간호로 학문과 멀어지게 됐다.그래서 아직 박사과정 에 입학하지 못하고 여태껏 강사자리를 지켜왔다.
『남편 뒷바라지 때문에 순탄한 공부가 힘들었지만 어려운 환경이 오히려 세상 보는 눈을 확장한 것 같습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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